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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 좀 과음을 했더니 속이 좋지 않다. 쌀국수 국물로 속을 푼다. 다시 집으로 와서 어제 찍은 뮤직비디오 편집을 한다. 원 컷이니 편집할 것도 없다. 사운드만 적당히 손 본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똑같은 작업을 해도 숙소에서 하는 것과 카페에서 하는 느낌이 다르다. 숙소에서 작업하면 왠지 할 일없어 보이는데 카페에서 하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카페로 간다. 효일이가 작업 할 때면 난 우쿨렐레를 들고 논다. 그러고 있으니 카페 주인과 종업원이 관심을 보인다. 카페 주인이 노래를 청한다. 우리 말고 한 테이블 더 사람들이 있었는데 좀 민망하긴 하지만 한 곡 뽑는다. C 4-1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한 곡 더 부르라 한다. 두 번째 곡은 자작곡 ‘여행 두 달째’. 부끄럽지만 이런 게 큰 즐거움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옆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이 날라온다. 음, 대가를 받으니 이제 프로라 해도 되겠군. C 4-2나의 첫 공연은 그렇게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사람들 앞에서 내 노래를 부르게 되다니, 꿈같은 일이다. 비록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영화는 강 건너 사람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다.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다 나랑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꿈이 바로 내 옆에 아니 내 속에 있다는 걸 깨닫고 삶의 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난 친구들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하라고 항상 말한다. 그냥 하면 자기 것이 되는 거라고… 언젠가 음악을 하는 후배에게 나도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후배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형 음악 해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난 말뿐인 놈이었구나. 내 레퍼토리를 후배에게 들을 줄이야. 그러고도 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전히 음악은 강 건너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행을 출발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 있는 기타와 우쿨렐레를 팔아 자금에 보탤 생각이었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하도 저작권 얘기가 나오길래 그냥 하나 만들어 봐 하고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내게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됐다. 가끔은 이런 상황에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다. 꿈이라는 건 그것을 이뤄내야 가치를 갖는 게 아니다. 꿈은 그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배가 고파 나가려 하자 종업원 둘이 같이 한 잔 하자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제 먹었던 꼬치 집에 가서 가볍게 한잔 한다. 역시 어설픈 영어끼리는 잘 통한다. 내일 또 보기로 하고 바이 바이.C 4-3C 4-4

집으로 돌아온다. 정말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