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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일어나서 출발하려 하니 앞 바퀴에 바람이 빠져있다. 공기를 주입하다 주입구 부분이 찢어졌다. 몇 번 경험했던 일이다. 문제는 펑크패치도 소용없고, 예비 튜브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산골이라는데 있다. 이곳은 오토바이가 주 교통수단이라 오토바이 수리점은 많은데 자전거 수리점은 없다. 그래도 튜브에 타이어 시스템은 비슷하니 오토바이 가게 아저씨가 고쳐보려 하지만 허사다. 큰 시내까지는 150여km. 게다가 남은 돈도 없다. 마음이 심란해진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좀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서 시내까지 가는 트럭 히치하이킹을 하는 수밖에 없다. 새해 첫날에 지금까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거다.

길은 진흙과 먼지투성이고 햇빛은 작렬한다. 그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C 11-1지나가는 사람마다 앞 바퀴 한 번 보고 동정의 시선으로 날 쳐다본다. 그렇게 한 시간쯤 걸었을 때 공사현장 본부처럼 보이는 곳에 사람이 우릴 불러 세운다. 바퀴를 고쳐주겠다는데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좀 쉴 겸해서 멈춘다. 튜브를 빼서 이런 저러 방법을 동원해 고쳐지는가 싶었는데 이내 바람이 센다. 아쉽지만 큰 기대는 안 했으니 됐다.C 11-2 근데 사람들이 밝고 시간도 늦어져서 자고 가도 되냐 물으니 오케이. 씻을 곳이 있어 땀과 먼지 뒤집어 쓴 몸을 씻는다. 개운하다. 일이 끝나는 시간이 되자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너도나도 한마디씩 묻는 새 우리는 스타가 된다. 끼리끼리 무리마다 우리를 데려가려 난리다. 또 다시 즐거운 시간이다. 새해 첫날부터 안 좋은 일로 시작한다 싶더니 그 일을 계기로 또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 인생이란 정말 우연의 연속이지 아닐 수 없다.

공사 현장인 만큼 밥상도 푸짐하게 차려진다. 너도 나도 밥을 퍼주는 바람에 네 공기나 먹는다. C 11-3밥을 다 먹고 권하는 술. 술. 베트남에선 처음 만남 사람과 건배 후 원샷을 하고 악수를 하는 게 첫 인사법이다. 얼마나 많은 악수를 했는지… 그만큼 얼마나 많은 원샷을 했는지 모르겠다.

밥을 먹고 나오자 아까 튜브를 고치려다 실패한 친구가 그걸 고치겠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그 사이 우린 또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두 시간 후 고쳐진 바퀴를 들고 나타나는 친구.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그 친구를 따라 간 산 위쪽 천막. 그곳엔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래쪽이 엔지니어, 위쪽이 일꾼들 같다. 그곳에서 우린 또 다른 환대를 받으며 웃고 떠든다. C 11-4어떻게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지 나도 설명하기 힘들다. 전쟁으로만 알고 있는 베트남이 좋아지려 한다. 우린 정말 행운 가득한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