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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조식 뷔페를 먹기 위해 일어난다. 맛나고 푸짐한 조식 뷔페를 놓칠 순 없다. 효일이는 설사병이 좀 나아졌는지 뭘 먹으려 노력은 한다. 내일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카우치서핑과 그 외 비슷한 사이트를 통해 잠자리를 마련하려고 연락을 취한다. 이런 잠자리는 대도시가 아니면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호치민에 가기 전까지는 텐트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한참 인터넷을 하고 돌아와 리조트 풀장에 간다. 멋진 풀이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순 없다. C 17-1수영을 한참하고 효일이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다. C 17-2효일이의 설사병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부모님도 내일 떠나시는 지라 이것 저것 푸짐하게 음식을 시켜주신다. 감사할 따름. C 17-3C 17-4우리의 블로그를 열심히 보셔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신다. 우리가 생각했던 문제까지 정확히 꼬집어 주셔서 참고할 사항이 많다.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고 각방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방으로 올 때 식당에서 와인 한 병을 뽀리까온다. 둘이 와인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효일이 아버지께서 양 블로그를 오가며 서로의 입장을 본다고 하시는데, 술 마실 때 하는 얘기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무슨 얘기를 그리 하나 궁금해 하신다. 그럼 오늘 둘이 한 얘기를 늘어놔 보겠다. 술자리 얘기가 그렇듯 한가지 얘기가 아니라 말이 사방팔방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오늘의 시작은 이렇다. ‘친구가 중요하나? 옳고 그름이 중요하냐?’

이 얘기는 하노이에서 출장 온 친구를 만나 한 얘기에서 이어진 것이다. 동남아는 흔히 매춘 관광으로 유명하다. 사실 그게 동남아 뿐인가 세상이 그렇다. 난 친구나 그의 와이프들에게 거리낌없이 이런 남자의 사생활에 대해 늘어놓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들에게 좋은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남녀 관계는 그런 걸로 좌우되지 않는다. 그런 걸로 도덕적이라 하더라도 사랑의 완성에는 더 큰 문제들이 많다. 누나가 넷인데다 조카도 여섯이 여자애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난 그런 문제에 대해 좀 민감하게 반응하고 쉽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친구가 중요하나 옳고 그름이 중요하나.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심리테스트에서 ‘당신은 정답 고르는 사회에 물들어있습니다.’라고 나올법하다. 뭐가 중요하긴 당연히 옳은 친구가 중요하다. 사실 이것도 정답이라 할 순 없다. 세상에 절대적 가치란 없다. 단지 그런 가치를 따를 뿐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을 그렇게 보게끔 가르친다. 너무 다양성이 부족하고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다.

술자리의 대화란 이렇게 기승전결없이 나아간다. 이런 대화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재탕할 수 있다. 10년을 알아온 사이고, 5개월을 붙어 지낸 사이지만 우리의 대화가 끝이 없는 이유다. 서로 코드가 맞아 이런 대화를 줄 곧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라 할 수 있다. 가지 뻗어 여러 얘기가 오가지만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단지 수다만은 아니라는 것. 수다는 지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수다만 떠는 사이였다면 벌써 침묵 속의 여행이 됐을 거다. (지루할 수 있는 얘기라서 술자리 얘기는 궁금해하지 않기를…)

내일 효일이 부모님이 떠나고, 우리도 떠난다. 다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