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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니 나오미만 있고 모두들 출근한 상태다. 나오미도 곧 나가고 또 다시 넓은 집에 우리만 남는다. 효일이가 작업을 시작하고, 난 우쿨렐레 딩가 딩가. 날씨만 좋으면 프놈펜 구경을 좀 해볼 텐데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 날씨다.

세바스티안이 오늘 프놈펜 구경 시켜주겠다고 해서 세 시쯤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사실 좀 귀찮다. 세바스티안은 프놈펜 구경하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 했었다. 근데 어제 나오미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했더니, 오늘 저녁에 요리를 해 주겠다고 해서 그것도 승낙해 버렸다. 좀 애매한 상황. 정 안되면 우리 둘이 찢어질 생각을 한다.

점심 시간이라고 집에 온 세바스티안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피곤하면 오늘 구경 안가도 된다고 했더니 일이 너무 많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음… 착한 놈이야. 이중 약속을 피할 수 있어 한편으론 다행이다. 저녁이 되자 나오미와 그의 친구 바비가 음식 재료를 잔뜩 사가지고 와서 요리를 시작한다. C 6-1음식이 어느 정도 완성될 쯤 또 다른 친구 둘이 더 오고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알다시피 우리처럼 식탁에 자리를 하고 먹는 게 아니라 거실 식탁에 샐러드와 스프, 빵, 치즈 같은 걸 큰 그릇에 놓고 각자 덜어서 알아서 먹는다. C 6-2저녁이라 덥지 않아 모두 발코니에 앉아 음식과 와인을 마시며 노닥거린다. 이런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좀 어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만 한국말로 말하는 게, 설사 그것이 상대방을 고려한 대화가 아닐지라도 좀 무례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다. 이런 문화의 차이는 오랜 삶의 방식과 연결 돼 있어서 흉내 낼 순 있어도 체화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새로움과 이 자리가 즐거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간이 늦어 몇 몇 친구는 가고 파장 분위기가 될 무렵 나오미가 다시 기타를 꺼내온다. 보아하니 환전 초보에서 약간 벗어나려고 하는, 기타 놀이가 한참 즐거운 때인 것 같다. 레퍼토리도 어제와 똑같다. 내가 좀 나아 보였는지 나에게 기타를 맡기고 노래만 부른다. 영,미권의 유명한 노래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 남부 출신이라 대부분 컨트리 송만 선곡한다. 노래를 알아야 반주를 해주지 이 사람아… 이렇게 또 하루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