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 놓친 공짜 아침을 오늘은 기필코 챙겨 먹으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알람 소리에 한번에 일어난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식당으로. 일반적인 토스트와 오믈렛을 기대했지만 만두와 꽃빵 그리고 먹기 힘든 밑 반찬들, 그리고 삶은 계란. 점심을 대비해 꽃빵과 삶은 계란을 몰래 챙기려다 식당 아줌마에게 혼나지만 꿋꿋이 챙겨 넣는다. 돌아와 체크 아웃 시간까지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나 짐을 싸고 밖으로.

호텔 문 앞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두 명의 외국인이 접근한다. C 7-1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며 이것 저것 묻다가 한 명이 자기집에서 머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이 친구는 스페인 사람인데 베이징에서 살고 있고 호스피탈리티 클럽(서로 잠자리를 제공해 주는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내의 사이클 동호회 멤버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자들과 교류하며 잠자리를 제공해 준다. 같이 있던 또 다른 한 명은 프랑스 인이고 어제 베이징에 도착해 이미 하루를 묶었고 오늘 온다는 일본 사람을 마중 나왔다가 우리의 자전거를 보고 접근한 것이다.

오늘 출발하려 했지만 서두를 이유도 없고 이런 기회도 흔치 않을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하고 그의 아파트로 향한다. C 7-2아파트에는 밖에서 만났던 프랑스 남자의 여자 친구가 우리를 맞이해 준다. C 7-3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5대의 자전거와 함께 오순도순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C 7-4짧은 영어지만 모두 비 영어권 출신들이라 서로 이해해주며 좋은 정보들을 나눈다.

잠시 후 일본 아저씨 도착. 남루한 행색이 그의 경력을 말하는 듯 하다. 그는 11년 동안 자전거 세계일주 중이다. 굉장한 일이다. 오랫동안 씻지 못한 듯한 그의 체취도 하나의 포스처럼 느껴진다. C 7-5지도를 펼쳐놓고 여행 얘기를 한참 하고 있는데 스페인 친구의 여자 친구인 중국인이 들어온다. 이거 완전 글로벌 하우스네. 5개국의 일곱 명이 모여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여행에 경탄하고 격려한다. 하루 종일 이 집에서 노닥거린 게 전부지만 어제의 그 거대했던 자금성의 위용보다도 실속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무렴 이것이 여행이지. 그리고 이것이 리얼로드무비다.C 7-6

바이런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연이 더 좋을 뿐이다.’ 라고 했지만 나는 그와 반대의 의견이다. 사람이 삶의 의미를 느끼는 순간은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아니라 관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