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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주방을 쓸 수 있으니 물가가 제법 되는 프놈펜에서는 사 먹는 것 보다 이렇게 먹는 게 좀 더 저렴하다. 주말이라 쉬는 세바스티안도 있어서 좀 많이 만들어 같이 먹는다. C 9-1탁구를 몇 게임하고 쉬다가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축구를 하러 간다. 세바스티안이 친구를 불러모은다. 모인 친구가 총 8명, 독일 둘, 한국 둘, 나이지리아 둘, 카메룬 하나, 캄보디아 하나. C 9-2올림픽 스타디움이라 그래서 잔디밭을 기대했는데, 가보니 그냥 스타디움 주변 공터에 대충 골대 만들어 놓고 하는 미니 축구다. 그 동안 열심히 자전거를 탔으니 체력이 좀 좋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5분만에 지쳐버린다. 다리는 강해졌는지 몰라도 폐활량은 변함이 없다. 하긴 자전거 타면서 숨 차 본적이 없으니 향상될 리 없지. C 9-3효일이는 어지럼 증세까지 보인다. 너도 이제 서른이다라는 말에 발끈하며 나이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웃고 만다.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천천히 알게 되는 거지. 20대에 해야 할 일 50가지 어쩌고저쩌고 하는 책의 서문을 보면 저자의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 20년 후에 마흔이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늦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체 능력은 젊어질 수 없다. 정신을 젊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축구를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한 후 또 파티에 가자는 세바스티안을 따라 나선다. 파티라고 하면 뭔가 멋진 것을 기대하는데, 이들의 표현으로 ‘파티하자'라는 말은 ‘술 한 잔 하자'와 다를 게 없다. 이번에도 역시 이런 저런 NGO 단체를 통해 자원봉사를 하러 온 친구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모여있다. 이런 자리가 한편으론 여전히 생소하고, 한편으론 익숙하다. 우리끼리 멍하니 있다 누가 뭘 물어보면 답해주고 잠깐 얘기하다 보면 할 말 떨어지고, 그럼 또 맥주나 마시고.. 그런 상황의 반복이다.

걔 중에는 우리의 여행 방식과 계획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꼭 있다. 오늘은 한 캐나다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프놈펜에 들어오는 우리를 봤다며 다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캐나다에 오면 꼭 들리라며 메일주소를 주고 받는다. 나이지리아 친구에게도 받는다. 얼마나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모두들 우리 블로그가 영문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아쉬워한다. 나도 그것이 너무 아쉽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세바스티안의 요청에 따라 facebook 계정을 만들긴 했는데 얼마나 제대로 관리가 될지 모르겠다. facebook은 영문으로 한 번 해볼 생각이다. 포기할 때 하더라도, 시도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이 집에 온 뒤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먹고 있다. 그것도 매번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술도, 새로운 친구들도 다 좋다.C 9-4C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