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어제 못 끝낸 작업에 들어간다. 시작한 일은 후딱 끝을 봐야 한다. 일을 한 양보다 시간이 중요한 우리나라의 방식은 내겐 손해다. 군대를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다. 편집이 거의 끝날 때쯤 세바스티안이 온다. 내가 자신을 위해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미안한지 저녁을 사겠다며 나가잖다. 오케이.
세바스티안의 홈메이트인 또 다른 세바스티안과 그때 갔던 뮌헨스타일 비어가든에 가서 맥주를 마신다. 세바스티안2는 뮌헨 출신이라 그에게 물어보니 진짜 뮌헨에서 먹는 맥주 맛과 비슷하다 한다. 1,000cc 두 잔을 마시고 나온다. 세바스티안2는 주말에 싱카포르에 간다며, 월요일에 떠나려는 우리에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뮌헨에 오면 옥토버페스트에 같이 가자고 연락하라 한다. 이 친구도 조근조근하니 참 착한 친구였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다. 세바스티안2는 집에 가고, 세바스티안은 피곤해 보이면서도 계속 어딜 가겠냐고 묻는다. 영상 작업에 대한 부담이 있나 보다. 가게는 비싸니 맥주를 사서 메콩강이 보이는 강가에서 강을 바라보며 마시자 한다. 프놈펜을 흐르는 메콩강도 꽤 커서 한강 둔치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행복하게 산다는 건 뭘까? 최빈국인 이 나라에서도 우리나라 못지않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을 뿐이다.
작은 펍에 들려 칵테일을 먹는다. 세바스티안의 상사가 주말에 독일에서 온다고 했다. 어쩌면 오늘이 이렇게 노는 마지막 날일지 모른다. 왠지 울컥한 아쉬움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 발코니에 앉아 노닥거린다. 효일이와 베트남에서 나눴던 불만을 대해 다시 말한다. 우리끼리 말하는 게 지루했는지 세바스티안은 들어가고, 우린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술도 덜 취하고 시작이 자연스러워서 성내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한번의 대화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순 없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해심은 최고의 가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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