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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자마자 어제 못 끝낸 작업에 들어간다. 시작한 일은 후딱 끝을 봐야 한다. 일을 한 양보다 시간이 중요한 우리나라의 방식은 내겐 손해다. 군대를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다. 편집이 거의 끝날 때쯤 세바스티안이 온다. 내가 자신을 위해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미안한지 저녁을 사겠다며 나가잖다. 오케이.

세바스티안의 홈메이트인 또 다른 세바스티안과 그때 갔던 뮌헨스타일 비어가든에 가서 맥주를 마신다. C 16-1세바스티안2는 뮌헨 출신이라 그에게 물어보니 진짜 뮌헨에서 먹는 맥주 맛과 비슷하다 한다. 1,000cc 두 잔을 마시고 나온다. 세바스티안2는 주말에 싱카포르에 간다며, 월요일에 떠나려는 우리에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뮌헨에 오면 옥토버페스트에 같이 가자고 연락하라 한다. 이 친구도 조근조근하니 참 착한 친구였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다.  C 16-3세바스티안2는 집에 가고, 세바스티안은 피곤해 보이면서도 계속 어딜 가겠냐고 묻는다. 영상 작업에 대한 부담이 있나 보다. 가게는 비싸니 맥주를 사서 메콩강이 보이는 강가에서 강을 바라보며 마시자 한다. 프놈펜을 흐르는 메콩강도 꽤 커서 한강 둔치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행복하게 산다는 건 뭘까? 최빈국인 이 나라에서도 우리나라 못지않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을 뿐이다.

작은 펍에 들려 칵테일을 먹는다. 세바스티안의 상사가 주말에 독일에서 온다고 했다. 어쩌면 오늘이 이렇게 노는 마지막 날일지 모른다. 왠지 울컥한 아쉬움이 있다. C 16-2집에 돌아와서 발코니에 앉아 노닥거린다. 효일이와 베트남에서 나눴던 불만을 대해 다시 말한다. 우리끼리 말하는 게 지루했는지 세바스티안은 들어가고, 우린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술도 덜 취하고 시작이 자연스러워서 성내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한번의 대화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순 없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해심은 최고의 가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