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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아마 여행 중 제일 빨리 일어난 것 같다.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3년 전 이미 앙코르 와트 구경을 했기 때문에 꼭 챙겨봐야 할 만한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효일이는 보지 못했고 비디오도 찍을 겸 일찍 나온다. 매표소에서 하루짜리 입장권을 20달러에 끊는다. 보통 3일 짜리를 끊는데 하루만으로도 볼 건 다 볼 수 있다. C 24-1우선 앙코르 와트에 가서 시시한 일출을 보고 내부로 들어간다. C 24-2C 24-3여전히 그 모습이다. C 24-4C 24-5난 최대한 동선을 적게 한다. 앙코르 유적군은 상당히 크고, 이곳의 날씨는 굉장히 더워서 앙코르 관광이 체력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앙코르 와트를 나와 앙코르 톰 입구를 지나서 바이욘으로 간다. 앙코르 유적이 유명한 이유는 그 역사적 가치와 규모를 차치하고서도 그 어디서도 비슷한 유물을 볼 수 없는 독특함에 있을 거다. 그 중에서도 바이욘은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그 어디서도 비슷한 게 없는 바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사방 얼굴 부조들. 사실 난 앙코르 유적에 큰 기대를 했던 만큼 성이 차지 않았었는데 바이욘의 규모가 더 컸더라면 경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C 24-6C 24-7바이욘에서 나와 비슷한 사원들을  몇 번 더 들리고, 따프롬에 도착한다. 따프롬은 유적 발견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대한 수펑나무가 건물과 담을 잠식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C 24-8C 24-9C 24-10따프롬을 둘러보고 몇 개 더 본 후 일정을 마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자세한 역사적 지식과 정보가 없다면 위에서 설명한 앙코르 와트, 바이욘, 따프롬 이 세가지가 앙코르 유적의 하일라이트다. 그 밖의 것들은 다 비슷하고 너무 많아 몸이 힘들어지는 오후 쯤에는 귀찮은 것이 돼버린다. 그러니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곳도 씨엠립의 변화처럼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3년 전엔 그 모습 그대로였는데 복원 공사를 사방에서 진행하고 있어서 통제 구역이 많아졌다. C 24-11돌계단들은 나무로 덧댄 볼품없는 계단으로 바뀌어져 있다. 각 유적 복원을 여러 나라가 하나씩 맡아 하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 복원 팀이 복원중인 유적은 복원이라기 보다 차라리 리모델링이라 해도 될 만큼 원래의 것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은 흉물스런 모습이다. C 24-12캄보디아 경제 사정이 넉넉지 못하니 시간을 갖고 정확히 복원하기 힘들다는 건 이해가 되지만, 인류의 유산이 이렇게 엉망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건 충분히 화가 날만한 일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목이 말라 집에서 앙코르 비어 흑맥주를 마신다. 이것도 바뀌었는데, 3년 전에는 투박한 라벨에 댓 병 흑맥주밖에 없었던 앙코르비어가 세련된 라벨에 여러 종류의 맥주로 바뀌었다. 그 때 먹었던 앙코르 비어는 흑맥주를 유독 좋아하는 내가 첫 손에 꼽았던 최고의 맥주였다. 지금의 앙코르 비어도 라거든 스타우트든 여전히 좋은 맛이지만 매니아보단 대중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이 좀 원망스럽다. 앙코르 유적을 이미 봤던 내게 다시 찾은 캄보디아는 유적보다 이 흑맥주를 다시 마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할 정도였는데 말이다. 변해야 할 것은 시시각각 변해야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영원히 변하지 말아야 한다. 변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이 변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