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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일어난다. 샤워를 하지만 짐 내리는 사이에 샤워의 의미가 사라진다. 밥을 먹고 출발하려 했으나 그 동안의 과소비에 돈이 바닥이 나 은행으로 향한다. 방콕에 돌아와 한 달을 생각하고 돈을 뽑았는데 20일만에 다 써버렸다. 돈 벌이가 생겨서 좀 쓰긴 했지만, 태국 물가가 생각보다 세다. 잠깐 놀러 왔을 때는 몰랐는데 장기간 지내다 보니 현실적인 물가가 체감된다. 우리가 비교할 수 있는 건 먹거리인데, 저렴한 먹거리도 많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분식과 가정식 백반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길거리 식당을 벗어나 일반 식당에 들어가면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 없는 가격이니 경제력의 차이를 생각하면 굉장히 비싼 것이다. 저렴한 로컬 푸드를 먹다 오랜만에 맛난 거 먹자하고 몇 번 먹다 보면 금새 지갑이 헐렁해진다. 제일 불만인 건 맥주 값인데, 그 동안 지나쳤던 나라들은 다양한 가격대에다 모두 맛도 좋았는데 태국 맥주는 우리나라 가격과 별 차이도 없는데 맛도 없다. 우리나라 맥주보다 맛없는 맥주는 처음이다. 그래도 더워 죽겠으니 시원한 맥주 몇 잔 마시다 보면 또 지갑이 헐렁헐렁. 관광 대국답게 돈 쓰게 하는 인프라가 아주 잘 갖춰졌다.

어쨌든 은행에 가서 새로 돈을 뽑고 출발한다. 오랜 휴식 후 첫 타임은 언제나 고되다. 자전거 타는 자세가 고개를 들고 있어야 하니 잘 단련되지 않는 목 근육이 언제나 첫 타임을 힘들게 만든다. 어지간히 교만한 사람이 아니고선 고개 쳐 들고 사는 사람이 없으니 자전거 타기가 습관이 아닌 사람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통증일 텐데, 6개월이 넘도록 이럴 줄은 몰랐다. 좀 더 교만해 질 필요가 있는 건가… 거기에 찌는 듯한 날씨는 현기증을 일으킨다. 여러모로 힘든 첫 날 주행이다.

늦게 출발해서 두 타임만에 해가 저무려하니 이제야 좀 정신이 든다. C 23-1 잠자리를 찾아 조금씩 나아간다는 게 그만 새로운 도시에 들어와 버렸다. 도심에선 잘 곳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또 늦게까지 달린다. 가로등 시설이 잘 돼있어 다행이다. 결국 한 주유소에 텐트를 친다. 이상하게도 태국의 주유소에는 모기가 열라 많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씻고 텐트에 안착. 하루를 마친다. 힘든 하루였지만 지루했던 카오산 생활보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