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 텐트를 친 주유소는 허름해서 바닥이 포장되지 않은 땅바닥이었다. 다행히 주변에 있는 전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쌓인 곳이어서 푹신하고 좋았는데, 중요한 건 땅바닥에 텐트를 치니 지면에서 열기가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땀도 흘리지 않고 새벽쯤엔 서늘하기까지 않다. 가능하면 시멘트 바닥은 피해야겠다.

노면은 여전히 좋지만 지방으로 많이 내려와서 그런지 평탄한 길보다는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는 정말 죽겠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오르막은 맞바람과 달라서 내리막으로 보상을 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C 27-1쉴 때나 밥을 먹을 땐 사람들이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그런데 모두들 한국에서 왔다는 것보다 푸켓으로 간다는 것에 더 놀란다. 아마도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감의 차이일수도 있겠고, 보다 현실적인 거리감을 느낄 수 있어서이기도 할 거다. 나 또한 방콕에서 푸켓까지 거리가 900km가 좀 넘음을 확인했을 때 좀 멀군 싶다가, 그 거리가 서울 부산 왕복거리라 생각하면서 굉장해 멀게 느껴졌었다. 작은 나라에 살다 보니 거리감이 짧다. 부디 거리감 뿐이기를 바란다.

3일전부터 마지막 타임 초반에 고속도로 순찰대를 지나고 있다. 태국에 온 첫날밤 고속도로 순찰대에게 받은 호의를 생각하면 이곳에 잠자리를 잡으면 좋은데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근데 고속도로 순찰대가 우리가 하루 달리는 거리 정도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아서 그 간격을 맞추고자 좀 일찍 멈춘다. C 27-2역시나 오케이. 따로 방을 내주진 않았지만 잔디밭 위에 텐트를 치라 하니 오늘도 온돌 효과는 없을 것 같다. C 27-3간만에 샤워기가 달려있는 곳에서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한다.

씻고 나와 일기를 쓰고 있으니 이곳 순찰대장 아저씨가 와서 뭐라 뭐라 하는데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얘기였는데, 이곳에서 누구를 만나 좋았다 감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우리가 보낸 것처럼 상부에 보내 콩고물을 얻으려는 속셈이었다. 아저씨가 좀 못나 보였지만 거부할 이유가 없으니 하나 써준다. 그랬더니 큼직한 식빵 한 봉지와 물, 커피 등을 대접해 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걸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