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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역시 그 동안 텐트가 더웠던 건 시멘트 바닥의 열 전도율 때문이었다. 잔디밭에 텐트를 쳤던 어제도 덥지 않게 잤다. 대신 땅바닥엔 지붕이 없기 때문에 해가 뜨면 텐트를 내리쬐는 열기에 일찍 깨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건 안 좋은 일이 아니니 앞으로도 땅바닥에 텐트를 쳐야겠다.

일어나고 짐을 챙기니 아침을 먹으라 한다.  C 28-1경찰서를 찾은 건 역시 잘한 일이다. 단순히 아침 값을 절약한다기 보다 이렇게 아침을 대접받으며 노닥거리는 그 느낌이 좋다. 이게 이 여행의 맛이다.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이제 남쪽으로 꽤 내려와서인지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가 좀 달라지고 있다. 태국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주변국에 비해 경제 사정도 좋고 입국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미얀마나 라오스, 캄보디아 사람들의 유입이 많은 것 같다. 그 쪽 나라에서 왔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그런지 플랜 타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들은 얘기로는 일반적으로 플랜에서 물, 교육, 의료 사업에 중점을 두는 반면 태국에서는 아이의 시민권 획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생물학적으로 구분해 놓은 인종 분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닥쳐올 문제를 생각하면 하루 빨리 안 좋은 편견을 인식해야 한다.

태국도 그렇고 동남아 지역에선 과일에 소금을 뿌려먹거나 찍어 먹는다. C 28-2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는데 몇 번 먹다 보니 나쁘지 않다. 소금의 짠맛이 과일의 단맛을 증가시키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얘기를 들었었다. 근데 우리가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몸의 염분이 많이 빠져나가 소금 그 자체가 맛있을 때가 있다. 이곳 사람들도 같은 체온을 가진 인간들인데 이 더운 날씨에 땀을 안 흘릴 수 없을 테고, 소금을 찍어먹는 이유에 그런 식의 염분 보충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날이 어두워졌다. 역시 예상대로 출발하고 104km 지점에 고속도로 순찰대가 있다. C 28-3이곳은 작은 순찰댄데 크면 큰 데로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어 좋고, 작으면 작은 데로 소박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가 있어 좋다. 태국의 경찰은 정말 칭송할 만 하다.C 28-4

일기 쓰길 마쳤는데 추가된 사항이 있다. 처음 우리를 맞이해줬던 분춤 아저씨가 전화를 걸더니 우리를 바꿔준다. 딸이었는데 영어를 못하는 아저씨가 딸을 통해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저기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한다. 좋은 구경 시켜준다는 얘기 같다. 우리야 늘 이런 걸 바라니 거부하지 않는다. 아저씨가 즐거워한다. 열라 독한 태국 술에 머리고기 비슷한 맛이 나는 돼지고기를 먹으며 밤이 깊어진다. 내일은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