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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어제는 어느 집 마당에서 잤는데 시골 동네라 다들 널찍한 마당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 텐트를 쳐서 햇볕이 텐트를 강타하니 일어날 수 밖에 없다. C 30-1식당을 하는 집이어서 바로 아침을 먹는다. 오징어, 돼지고기, 새우, 돼지간 등 고명이 많은 쌀국수다. C 30-2배부르게 먹고 출발.

소로길 양 옆이 모두 숲이라 그런지 햇볕은 따가운데 좀 덜 덥다. C 30-3그래도 더운 건 매한가지다. 자전거를 타는 내내 하는 일이라곤 이런 저런 생각이나 노래 흥얼거리는 따위의 것들인데 너무 더우면 깊이 있는 생각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맬 여자생각이나 불가능한 헛된 꿈같은 생각만 한다. 몸이 힘드니 잠깐이나마 행복해지기 위해 두뇌가 엔돌핀을 뽑아내려 그런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육체적을 힘들었던 때는 항상 헛된 꿈을 꾸곤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금의 비 생산적인 공상이 나의 어리석음이 아니라고 발뺌해 본다.

이제 어딜 가도 푸켓으로 가느냐 묻는다. 확실히 다가오긴 했다. 언제나처럼 주행을 끝내고 밥을 먹으면서 텐트 칠 자리를 묻는다. 마침 맞은 편에 병원이 있어 그 쪽에 가보라고 한다. 병원에 가보니 사람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쭈그려 앉아 있는데 식당 아줌마가 와서 이리저리 둘러본 후 우리의 자리를 봐준다. C 30-4잠시 후 병원 관리하는 아줌마가 와서 휴게실처럼 쓰이는 공간을 보여주며 이곳에서 자라 하는데, 안이 너무 더워 그냥 텐트에서 자겠다고 한다. 대신 휴게실에 있는 커피와 군것질거리는 감사히 받아들인다. C 30-5

모두 돌아간 병원 마당에 우리만 남았다. 우선 샤워를 한다. 비누며 치약, 샴푸 등 모든 게 구비돼 있다. 오랜만에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근데 너무 오랜만이다. 샴푸를 다 헹구고 룰루랄라하며 다시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순간 굉장히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남의 집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빨래는 하고 있을 때도 순간 순간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하는 생각. 하지만 그것도 이 여행의 일부이니 감내할 수밖에 없다. 모든 걸 다 만족할 수 있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C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