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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경찰서에서 아침에 일어나 출발하려는 우리를 잡아 세워 촬영하기를 요구한다. 잠을 재워줬으니 거부하기도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더니 텐트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경찰 서장과 악수를 하고 그 모습을 수많은 카메라가 찍어댄다. 경찰서장 아저씨는 웃으며 한 달을 더 머물다 가라고 한다. 그러곤 다른 곳으로 이동. 관료적인 행사는 딱 질색이다.C 32-2 우리 앞에 모여있던 수많은 카메라들도 경찰서장을 따라 떠나고 우리만 쓸쓸히 남아 다시 페달을 밟는다.

목적한 곳까지 33km. 가뿐히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해안가를 따라 있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한 구간은 길을 내 놓았다고 하기 힘들만큼 가팔라서 라오스 이후 처음으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도 30m 전진하기가 힘들다. C 32-1힘이 약한 차라면 올라가기 힘들 정도의 경사가  3~400m 이어져있다. 뜨거운 날씨. 10번을 넘게 쉬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정말 말 그대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썬글라스에 뚝뚝 떨어진다. 이런 경사는 무서워서 내리막길도 즐기지 못하고, 브레이크 잡는 손이 아플 정도로 미끄러져 내려와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목적한 한국인 운영 숙소에 도착한다. 굳이 한국인 운영 숙소를 찾은 이유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짐을 맡겨놓고 파타야에 갔다 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짐이 많다 보니 말이 통하는 곳에서 설명하고 맡기는 게 편하다. 다행히 이곳에서 무료로 짐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방을 잡고 짐을 푼다. 푸켓을 돌아본다. C 32-3푸켓은 유명 관광지답게 물가 오질라게 비싸다. 이런 데 딱 질색이다. 한국인 숙소를 찾는 게 아니었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동네다. 짐을 오랫동안 맡겨야 하니 이틀 정도 묶어주고 떠야겠다. 밥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꼬치와 맥주를 잔뜩 산다. C 32-4자전거를 타면서 이틀 치 생활비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 처음 베이징에서 내몽골을 통해 국경까지 가던 때를 제외하고 열흘 동안 연속으로 자전거를 탄 적이 없다. 그것도 이런 뙤약볕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니 성취감도 크다. 오늘은 우리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방콕에서 느꼈던 매너리즘은 어느새 잊혀졌다. 난 다시 나의 여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