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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웬일로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성급히 판쵸우의로 자전거를 덮었다. 덮자마자 비가 그쳐 잠만 깬 셈이 됐다. 비가 오는 건 짜증나지만 조금 더 내려서 먼지 좀 재워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C 10-1자고 일어나 언제나처럼 출발 준비를 하고 가려는 순간 앞 페니어가 덜렁거린다. 거치대 한 쪽이 빠져버렸다. 드디어 자전거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려나 보다. 임시 방편으로 거치대를 조이고 출발. 시작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한다.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1km 오르막 1km 내리막을 10번 정도 반복한 후에야 마을로 들어가는 평지길이 나온다. 그래도 아직 기운이 있는 오전이라서 망정이지 오후였으면 죽어날 뻔 했다.

여전히 길은 먼지 투성이다. 그래도 난 한 쪽 콧구멍 막고 코 풀기에 능숙해 라이딩 중에 먼지로 가득한 콧속을 비우지만 효일이는 쉴 때마다 코 푸는데 정신이 없다. 저녁 먹긴 이른 시각. 20km 지점에 도시가 있어 한 타임 더 달리기로 한다. 효일이와 나는 백수 근성이 있어 끼니를 정확히 챙기지 않아도 상관없고 하루 두 끼 정도로도 잘 지내는 편이다. 십 년이 넘도록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루 세끼의 규칙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다. 단 그 백수 생활은 많은 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밥 한끼 더 먹는 시간을 잠으로 충당하니 달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저마다의 습관일 뿐.

마지막 타임. 도시로 향해 달리던 중 뒷 페니어 거치대의 나사가 부러졌다. C 10-2국내 여행 중에도 두 번이나 부러졌는데 내가 손 쓸 수 있는 고장이 아니다. 구멍에 나사가 박혀 우리의 장비로는 해결이 안 된다. 절망스러운 순간.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다행히 도시 외곽까지 들어와서 천천히 주행 후 입성. 하지만 날이 어두워졌다. 중대한 문제이기에 내일이라도 해결을 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빈관(중국의 모텔급 숙소)을 잡기 위해 효일이가 돌아다니다 더 큰 문제 발생. 무슨 공사를 하는지 온 도시 길을 죄다 뒤집어 까놔서 덜컹거리며 달리다 효일이 자전거의 앞 바퀴가 휘어 버렸다. 내 문제는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나 깔끔히 해결하고 가는 것이 좋았는데 효일이의 휜 바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숙소를 잡느라 우리의 나흘 치 생활비가 날라갔다. 어쨌든 내일이라도 해결이 돼야 할 텐데, 너무 빨리 골치거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