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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오늘도 비치로 간다. 날씨가 흐려 가끔 비도 오지만 이곳의 우기는 10분 이상 비를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비가 와서 좀 덜하긴 하지만 더운 건 마찬가지라서 해변에서 놀긴 좋다. 물도 미지근하다. 꼬창의 해변은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깨끗하진 않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해변 즐기기엔 좋다. C 38-1 C 38-2

세바스티안도 그렇고 거의 모든 서양인은 수영을 할 줄 안다. 돈을 내고 수영장에 간다는 사실을 세바스티안은 이해하지 못할 만큼 경제력을 넘어선 복지 시스템은 아직 그들과의 차이가 크다. 나도 수영을 못했는데 첫 여행 이후 배우는 게 좋겠다 싶어 두 달 정도 배운 후에야 해변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오늘의 성과는 세바스티안에 자극 받아 바다 속에서 눈을 뜨는 노력을 한 끝에 물안경 없이도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나씩 얻는 즐거움은 크다. 셋이 여유롭게 해변을 즐긴 후 간단히 음료를 먹고 돌아온다. C 38-3 C 38-4 C 38-5방갈로에서 잠시 쉰 후 그제 갔던 Korea BBQ 식당에 간다. 세바스티안은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우리에겐 너무 좋은 기회라 원치 않으면 우리만 가겠다고 하지만 세바스티안은 언제나 “I don’t care. It’s up to you.”라고 말한다.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배려다. 가끔 더치페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면 상황에 따라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흐뭇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누군가를 평가절하하고 싶진 않지만 여행 중 만난 최고의 친구인 것만은 확실하다.

뷔페 식당에 가서 세바스티안은 역시 샐러드와 고기 몇 점 먹고 끝낸다. 우리는 2시간 동안 고기를 구워먹는다. C 38-6그 동안 양국의 통일 문제와 더불어 국제 정세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어떤 것에 대해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해하고 작은 인내를 보이면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해진다. 나 또한 이젠 그에게만큼은 영어에 대한 부끄럼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게 된다. 역시 좋은 친구다.

밥을 먹고 돌아와 뮤직 페스티벌을 하는 작은 무대 옆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신다. 몇 몇 사람이 합석을 한다. C 38-7서양인들이 잔뜩 모이면 우리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그건 단순히 영어 문제를 넘어선 문화적 차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럴 때 혼자라면 정말 처량맞은 신세가 될 것이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온다. 내일 이곳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