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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방콕에서 올 때 왕복 티켓을 끊어놔서 10시 30분까지 선착장에 가야 했는데, 10시 30분에 일어나고 말았다. 어제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밤새 엄청난 폭우와 천둥 번개에 잠을 여러 차례 깼기 때문이다. 다행히 티켓은 날짜가 명시되지 않은, 원하는 날 떠날 수 있는 것이지만, 오늘 세바스티안이 떠나기 때문에 같이 나가려고 했는데 하는 수 없이 하루 더 머물러야겠다.

점심때까지 비가 내려서 어딜 갈 수도 없어 방갈로에 머물며 영화를 본다. 그리고 여행기를 쓴다. 4일 동안 열심히 놀아서 몸도 피곤하고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계속 쉰다. 그 동안 돈도 많이 섰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노는데 우리의 예산에 맞출 순 없다. 놀 땐 놀자는 마음으로 세바스티안 기준에 맞추려고 하니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타격이 있지만 한편으론 이런 것을 위해 아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돈을 무조건 아끼는 것 보다 잘 쓰는 게 더 중요하다.

저녁을 먹으러 간다. 오늘도 여기저기 파티 현수막이 걸려있다. 1년 내내 이런 곳이다. 태국엔 이런 섬이 한 두 개가 아니니 태국의 인디 밴드들은 공연할 데가 많아 좋겠다.

세바스티안이 떠나서인지 굉장히 허전하다. 베트남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누군가와 같이 있다 헤어지면 외로움이 몰려온다. 갑자기 혼자가 된 기분이 든다. 옆에 효일이가 있지만 가끔 우리가 둘임을 잊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효일이도 말이 없어진다. C 39-1 때로는 이 여행이 우리의 여행이 아닌 나 혼자의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 의미는 효일이가 내 여행에 부속된 한 요소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연히 옆에 있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 효일이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외로움이 찾아오면 혼자서 외로워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일은 다시 대화 상대가 되니 큰 다행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일찍부터 졸리다. 얼른 자고 내일은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