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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11시에 배가 오기로 했다. 일어나서 짐을 정리한 후 배를 기다린다. 테라스에 앉아 맑은 바다를 바라본다. 여전히 빛깔이 좋은데 왜 비수기인지 모르겠다. 우기가 겹쳐서 그런 것 같은데, 이곳에 있는 동안 밤에만 짧게 두 번 비가 왔다. 이런 바다를 갖지 못한 우리에게는 이 좋은 곳을 놀리는 게 아쉬울 뿐이다. 뭐 이들이 알아서 할 일.

배가 오고 뭍으로 간다.  C 56-1 비싼 섬밥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다. 우선 밥을 먹고 국경을 향해 달린다. C 56-2먹구름이 잔뜩 낀 게 좀 불안하더니 이내 비가 쏟아진다. 마음속으론 이미 태국여행을 끝냈기 때문에 국경 가는 길이 더뎌지는 게 짜증이 난다. 비가 그쳐 다시 달리려 하자 이번엔 펑크가 난다. 한 동안 이런 일이 없더니 타이어 수명이 다 했는지, 타이어가 많이 닳아서 슬슬 펑크가 잦아지고 있다. C 56-3비가 와서 도로엔 습기가 가득하다. 자전거를 깨끗이 닦고 기름칠까지 쫙 해놨는데 하루 만에 도루묵이다. 참 되는 일 없군.

비와 펑크 때문에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깜깜한 길을 달린다. 오랫동안 저녁형도 아닌 밤형 인간으로 살아서 날이 어두워지면 컨디션이 좋아지고 힘차진다. 열심히 달려 근처 경찰서에 도착. 배가 고파 가게를 찾는데 무슨 행사를 하는지 떠들썩하다. 야시장과 전통 공연이 어우러진 행사다. C 56-4저렴한 야시장 음식을 사서 길거리에 앉아 먹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주변 도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이 맥주도 주고 좋다. 되지도 않는 말로 노닥거리고 있으니 한 경찰이 어디서 잘 거냐며, 근처에 방갈로가 있으니 거기 가서 자라 한다. 이미 말을 다 해놔서 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맥주를 더 마시고 그를 따라 방갈로로 간다.

도착한 방갈로는 우리나라 MT촌 숙소 같은 분위기, 옆에 강이 흐르는 조용한 곳이다. 작은 동네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듯 경찰 아저씨와 주인 아저씨가 몇 마디 나누더니 또 술상이 차려진다. 그렇게 또 노닥거린다. 이런 자리는 언제나 흐뭇하다. 태국의 마지막 길에 기분 좋은 자리가 만들어지는구나. C 56-6난 외로움이 심한 편이다. 나의 꿈은 언제나 ‘무엇'보다 ‘누구'와가 먼저다. 이런 내가 이렇게 오랜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누군가가 도처에 깔려있다는 방증이 된다. 세상을 어둡게 보면 한없이 어두울 수 있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인건 모두 이들 덕분이다.C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