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찍 일어나려 했으나 날씨가 너무 춥다. 처음으로 침낭을 꼭 잠그고 잤는데도 여러 차례 깼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일어나 어제 사온 양고기를 구워먹는다. C 13-1 C 13-2바람이 너무 심해 엉망진창이지만 꾸역꾸역 먹는다. 출발.

40km 정도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과 엄청난 맞바람으로 세 시간 동안 20km를 달리는데 그친다. 고도 1336m. 내몽골을 표시하는 아치가 보이고 어설픈 휴게소 비슷한 게 있지만 먹을 건 컵라면뿐. C 13-3이런 식으로라면 언제 다음 도시에 도착할지 알 수가 없어 컵라면과 삶은 계란으로 요기한다. C 13-4고도도 높고 바람도 심해 많이 춥다. 몽골은 아직도 멀었는데 긴 바지와 긴 윗도리를 꺼내 입는다.

다시 달리려 하는데 차 한대가 옆에 붙는다. “Can I help you?” 우리에게 도움은 빠르게 앞으로 나가게 해 주는 것 뿐,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간다. C 13-5많이 좀 달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2km 정도 가더니 옆길로 샌다. 자신의 공장이라며 들어오라 한다. 차와 포도를 내 주고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것 저것 묻는다. 여러 사람이 전자 사전과 영어책을 들고 와서 상황에 맞는 문장이 나올 때 마다 우리에게 묻고 웃기를 반복한다. 짧은 영어들이지만 떠듬떠듬 말이 통한다는 사실만으로 반갑다. C 13-6성룡을 닮은 아저씨는 알고 보니 나와 동갑. 시간도 다음 도시까지 달리기 힘들 것 같아서 하룻밤 자고 가도 되나 물었더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데려온 듯 하다. 착한 사람들인 듯 하다.

여행 중에 이유 없는 친절을 주의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런 시골마을, 외국인을 거의 보기 힘든 곳에선 해당사항이 아닌 듯 싶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식당에 데리고 가서 양고기 만찬을 대접해준다. 맥주와 다양한 안주를 먹고 마시며 배터지게 먹는다. C 13-7중국에 와서 제일 잘 먹는 식사다. 돌아와 다시 영어 회화북을 꺼내 들고 이것 저것 묻고 답한다. 역시 어설픈 영어끼리는 잘 통한다. 회화북에서 더 이상 써 먹을게 없는지 잘 준비를 한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 밖에 나가 쉬를 한다.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땅에선 엄청난 바람이 분다.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에 몽골로 가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들어와 보니 우리에게 간이 침대를 내주고 쇼파에서 자는 사람들. 미안하고 고맙다. 2주가 채 안됐는데 여행 중 기대한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벌어진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