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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없는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뭐가 어떻길래 아시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0선에 뽑히는지 확인 좀 해 봐야겠다. 가벼운 자전거로 좀 달리려는 순간 Airasia 사무실을 발견한다. C 6-1Airasia는 동남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가 항공사다. 하지만 가격만큼이나 서비스가 안 좋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도 아르바이트 건 때문에 이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쿠알라룸푸르, 방콕간 둘의 왕복 요금이 776링깃(약 28만원) 밖에 안 해서 좋아했다가, 일정이 변경돼 날짜를 바꾸려 하니 변경 수수료만 380링깃이나 해서 짜증났다가, 아르바이트가 취소돼 환불을 받으려 하자 불가능하다는 것에 열이 받았었다. 결국 43만원 돈을 고스라니 날리게 된 것이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사무실이 보여 따지러 들어간다. 일정이 취소됐으니 환불을 해 달라는 말에 처음에 안 된다고 하다가,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집요한 요구에 상사에게 왔다 갔다 하더니 어쨌든 환불은 안되고 그 돈으로 다른 비행기를 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변경 수수료를 또 내라는 거냐고 따지니 그건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내가 결제한 1156링깃을 다 쓸 수 있는 거냐 물으니, 380링깃은 비행기 값으로 낸 것이 아니기에 776링깃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 보면, 처음 우리가 일정을 변경할 때 그걸 취소하겠다고 하고 같은 방식으로 변경을 하면 변경 수수료 380링깃을 안 내도 되는 것이었다. 물론 온라인 상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직접 찾아가 얼굴 보며 따져야 얻어낼 수 있는 성과다. 그 수수료가 상당하니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시도해 볼만한 방법 같다. C 6-2

어쨌든 우리는 776링깃을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오늘 안에 처리를 해야 한다. 숙소로 돌아와 루트를 점검한다. 선택은 두 가지다. 이 비행기로 섬나라를 한 번 찍고 오느냐,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로 넘어가는데 활용할 것이냐? 애초 우리의 계획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거쳐 인도 챈나이로 가는 우리나라 컨테이너 선박을 얻어 타려는 것이었다. 그것도 멋진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우선 쿠알라룸푸르에서 챈나이로 가는 비행기(Airasia 노선에서 챈나이로 가는 비행기는 쿠알라룸푸르에서만 출발한다)로 예약을 다시 하고, 싱가포르로 가서 컨테이너 선박을 컨택해 본 후 그것이 가능하면 그 비행기 티켓을 다시 변경해 주변에 있는 섬을 한 번 둘러보는 걸로 일단락 짓는다. 포기했던 돈으로 인도로 넘어갈 방법을 구해놓으니 왠지 마음이 편안하다. 기업과 개인의 싸움에선 우선 따지 봐야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어제 갔던 노점 식당에 가서 면 요리를 두 개씩 먹어 치우고 어두워진 페낭을 둘러본다. C 6-3유명하다는 비치에 가니 고급호텔과 맨션이 즐비하다. 깜깜해 물 때깔은 모르겠다. 해변가 난간에 앉아 기네스 한 캔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C 6-4다시 말레이시아로 들어올 테지만, 어쨌던 내일 첫 번째 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