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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늦잠쟁이가 될 테지만 자전거를 타다 머문 숙소에서의 첫 날은 습관적으로 일찍 일어나게 된다. C 3-1인터넷을 좀 하고 있으니 데이빗 아저씨가 아침을 먹으러 가자 한다. 모두 함께 중국식당으로 간다. 딤섬과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다. 다양한 음식을 맛 보는 건 좋지만 이것 저것 먹고 서로 나누다 보니 우리의 한끼 가격을 훌쩍 넘어버린다. 이럴 때가 고민스런 순간이다. 같이 할 것이냐 따로 할 것이냐. 그 놈의 돈이 문제다.

밥을 먹고 오니 데이빗 아저씨와 덴마크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 폭포를 갈 모양이다. 우린 노땡큐. 자전거라면 지겹게 타고 있다. 모두들 떠나고 그 동안 못했던 인터넷 정보를 찾는다. C 3-2

아! 빌어먹을 메시지. 우리의 아르바이트는 7월로 연기,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 결국 우리 손을 떠난 일이 됐다. 싸구려 비행기 티켓은 환불도 안 된다. 손해가 막심하다. 살이 10kg이 넘게 빠지면서 아낀 것들이 이렇게 사라져버린다. 역시 미래는 장담할 것이 못 된다. 나를 위해 뭔가 해주려 했던 친구도 속상할 거이다. 힘의 균형은 언제나 약자가 책임을 뒤집어 쓰게 돼있다. 모든 걸 깨끗이 접고 새로 루트를 짠다.

이제 쿠알라룸프루에 가야 할 이유가 없으니 근처 페낭을 통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루트를 짠다. 토바 호수라는 곳이 숙소 가격도 저렴하고 눌러 안기 좋다고 하니 거기서 밀린 작업도 하며 쉴 생각이다.

새로운 계획을 짜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데이빗 아저씨와 덴마크 친구들이 돌아온다. 덴마크 친구들은 다신 자전거 타기 싫다며 혀를 찬다. 처음엔 다 그럴 것이다. 그것도 사이클 광이랑 함께 한 주행이었으니 더 힘들었겠지.

잠시 쉬는 동안 데이빗 아저씨가 결혼 파티에 가잖다. 이렇게 낯선 사람을 친구로 쉽게 받아들이고 하는 사람은 대게 동네 마당발에, 어디든 데리고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모두 함께 결혼식에 간다. 중국인들이 잔뜩 모여있는 식장에 들어간다. 우리뿐 아니라 2m의 서양인도 같이 있으니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린다. 이제 이런 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C 3-3중국식 결혼식은 무대에서 누군가가 계속 떠들며 노래를 하고, 가운데 상석에 신랑과 신부가 친지들과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손님들은 각각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나오는 음식을 먹는다. C 3-4항상 굶주려 있는 우리는 모든 걸 차지하고 맛난 음식을 뱃속에 집어 넣는다. C 3-5C 3-6그 와중에 데이빗 아저씨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 우리들과 사진을 찍는다. 신부 아빠를 데리고 와 우리를 소개시켜주는데 놀랍게도 신랑이 한국 사람이라 한다. 우리를 끌고가 신랑과 인사한다. 하객 중에 한국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어찌됐던 행복하시길 바랄 뿐이다. C 3-7

다시 돌아와 배를 채우며 맥주를 마신다. 중국도 손님 대접을 섭섭지 않게 하는 스타일이기에 푸짐한 음식과 맥주를 그야말로 엄청 먹는다. C 3-8예식이 끝나가는 와중에도 우리는 끝까지 남아 음식과 술을 마신다. 나오면서 테이블에 남아 있는 콜라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찌질 하다고 뭐라 마시길, 이건 생존의 문제이니… 정말 멋진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데이빗 아저씨는 좀 아쉬운지 또 맥주를 사온다. 우리끼리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덴마크 친구들은 오늘밤 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푸르에 간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은 후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정말 딱 좋게 배부르고 딱 좋게 취한 상태다.

다시 느끼는 거지만 여행의 기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건을 겪느냐가 여행의 풍요로움을 가늠한다. 말레이시아에 온지 삼일 뿐이지만 이곳은 벌써 멋진 곳으로 기억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