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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오후에 캄밍과 시내 구경을 가기로 했었다. 너무 늦게 일어났더니 캄밍이 3시쯤 들어오겠다는 쪽지를 남겨두고 나갔다. 캄밍의 동생 해리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간다. 푸짐하게 반찬을 얹고 계산하려 했더니 해리가 이미 계산을 했다고 한다. 역시 아시아권 사람은 더치페이보다 한 사람이 계산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고맙게, 배부르게 밥을 먹는다.

집으로 돌아와 좀 있으니 캄밍이 돌아온다. 나갈 채비를 하고 나선다. 버스를 타고 미드 벨리 메가몰에 도착한다. 쿠알라룸푸르 중심에 있는 우리나라 코엑스 몰 같은 곳이다.C 11-1 C 11-2캠코더에 작은 문제가 생겨 샵에 갔는데 수리점이 아니라 2~3주 정도 걸린다 해서 그냥 나온다. 곧 캄밍의 친구 라이콴이 와서 그녀의 차를 타고 이동한다.

우리를 생각해서인지 한인 타운으로 가서 한국 식당에 가자고 한다. 라이콴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캄밍은 한국 음식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 음식이 비싸니 좀 저렴해 보이는 정육 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삼겹살을 시킨다. 예기치 않게 한국음식을 먹게 됐다. 다 무난한 음식이어서 그런지 모두 잘 먹는다. 덩달아 나도 잘 먹는다. 친구와 갔던 집 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비싼 가격이라 나눠내려고 하는 사이 캄밍이 계산을 해 버렸다. 신세를 지고 있는 건 우린데 좀 미안하다.   라이콴이 전망 좋은 곳으로 가자며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보면 볼 수록 서울과 비슷하다. 친구의 말로는 이곳 주재원들의 만족도가 제일 좋다고 한다. 서울의 축소판 같은데다 퇴근길이 아니면 도로도 번잡하지 앉고, 있을 거 다 있고 물가도 저렴하니 이곳에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북악산 길 같은 길로 올라가니 남산에서 내려보는 서울 야경같이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식당이니 커피숍이 하는 것들이 있다. 언제나 이런 곳엔 연인들이 득실거린다.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노닥거린다. 역시 이런 곳은 음료 가격도 비싸다. 이번엔 우리가 내려고 하는데 또 캄밍이 계산을 한다. 니들 여행 끝나고 한국에서 만나면 그 때 내라고 하니, 돈이 굳어 좋긴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가만히 보면 주차비니 뭐니 하는 것도 캄밍이 모두 계산한다. 우리에게 베푸는 것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도 남녀가 만나면 남자가 계산을 하는 문화인가보다. 난 여자 친구가 있을 때도 가진 게 없어 많이 얻어 먹어서 이것에 대해 불평할 자격은 없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인종적으로 아시아권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부류인데, 이런 책임감까지 가져야 하는 걸 보면 같은 부류로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어쨌든 덕분에 우리의 오늘 가계부에는 아름다운 숫자 ‘0’이 새겨졌다.

집 앞에까지 차를 타고 와 라이콴과 헤어진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앉아 있으니 캄밍이 저쪽에서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다. 턱을 괴고 영수증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애처로워 보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