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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저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난 다른 여행자의 블로그를 거의 보지 않는다. 작문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 글 자체의 재미가 있지 않는 한, 장소와 사람만 달랐지 내용이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영상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 블로그가 크게 다른 것 같진 않다. 파워 블로거가 되는 기대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오랫동안 캄밍네 집에 머물면서 너무 할 일이 없어 정보도 찾을 겸 다른 여행자의 블로그를 구경했다. 다른 블로그에 남겨있는 댓글엔 눈도 안 돌리는 편인데, 직접적인 비교가 되니 다른 자전거 여행자 블로그를 볼 땐 댓글도 훑어본다. 뭐 그것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부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다른 여행자의 블로그는 잘 모르겠지만, 자전거 여행자 블로그의 댓글에는 ‘대리만족'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일종의 정형화된 표현이긴 하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대리만족하며 삶을 살아가는구나 싶다.

Epilogue 1

대리만족이라… 사실 난 그 댓글이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대리만족’은 ‘만족'의 대치어가 아니라 ‘불만족'의 유의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상대가 다른 이를 만나고 있을 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다른 이가 먹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대리만족'은 직접 월드컵에 나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을 때, 과거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처럼 철저히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쓰여야 하는 단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쓰이는 대리만족은 타협, 체념, 무책임, 회피, 변명 등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단어들의 의미를 모두 가지게 된다. 그 댓글을 남긴 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과연 그들 중 몇이 진짜 대리만족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건강이 굉장히 좋지 않거나, 경제적 형편이 극히 어렵지 않는 한 자전거 여행은 절대 불가능하지 않으니 말이다.

‘대리만족’이란 단어에 대한 나의 입장이 ‘대리만족’이란 이름으로 나의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지만, 그를 고려해 침묵한다면, 시종일관 미소로만 화답한다면 그 미소는 비웃음이 되고, 그 침묵은 상대방에 대한 능멸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대리만족'이란 말은 어쩌면 사람들의 의지를 죽이기 위한 어느 독재자의 불경스런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일지도 모른다. 난 나의 경험이 백 사람에게 대리만족이란 허상의 즐거움을 주기보다 한 사람이라도 진짜 만족할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

자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라 생각되겠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한걸음만 내디디면 그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너무 이론적인 얘기라 한다면, 그 이론을 반박하고자 하는 이론 또한 다른 모든 이론처럼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에만 그 가치를 가짐을 명심해야 한다.

Epilogue 2

자 그럼 이제 대리만족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직접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아마 사랑을 얻은 것처럼 세상이 달라 보이리라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