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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어제 사온 재료로 밥을 해 먹는다. 감자, 양파, 소시지를 썰어 볶은 다음 밥까지 볶아 볶음밥을 하려 했지만 후라이팬이 밥까지 투입하기 힘들어 그냥 반찬으로 먹고 만다. 집에 소금, 후추, 설탕 같은 기본적인 양념 말고는 다른 뭐가 없다. 간장과 칠리소스에 찍혀있는 유통기한은 2006년이다. 도대체 어떻게 지내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어제 해놀드 아저씨를 봤을 때의 첫 느낌은 인생의 중요한 걸 잃은 후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일에만 전념하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 같았다. 그런 느낌 때문에 조심스러웠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집엔 우리만 있어 밥도 해먹고 자유롭다.

하루 종일 그 동안 받아놨던 예능프로그램을 본다. 이것 저것 해서 6편을 보니 하루가 뚝딱이다. 한국프로를 보다 보면 사이에 잠깐 잠깐 나오는 먹거리가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온다. 라면이나 짜장면 같은 여행 중이나 군대시절 자주 생각나는 먹거리는 그렇게 땡기지 않는데, 순대나 떡볶이 같은 군것질 거리들이 먹고 싶다. 고기나 밥이나 면요리는 이곳에 많아서 정말 우리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게 그립다. 이럴 땐 나가서 뭘 사먹곤 했는데, 여기선 가격이 너무 비싸 그마저도 힘드니 더 욕구가 커진다. 기본적인 욕망이라는 수면욕, 식욕, 성욕은 그 순서대로 채워져야 하기 때문에 앞의 것이 만족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뒤에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린 거의 항상 식욕을 채우는 일에 급급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 방법으로 젊은 욕망을 억제하고 있다.

오늘 온다 했던 해놀드 아저씨는 오지 않는다. 그냥 방치된 집 같다. 우리야 편하지만 왠지 쓸쓸하다.C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