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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오랜만에 편안하게 늦잠을 잤다. 해놀드 아저씨가 일정을 말해 달라해서 이러저러해서 수요일쯤 끝날 것 같다고 하니 그럼 그때까지 머물라고 하곤 오늘은 일이 있어 내일 오겠다고 나간다. 우리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왜 웜샤워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C 4-1독신남인지 이혼남인지 모르겠지만 바쁘게 일을 하는 중년남자의 집이라 그런지 집 정리가 하나도 안 돼 있다. 먼지 가득한 주방엔 차와 라면 봉지들이 있고, 찬장에는 그릇이 아닌 책과 모형 비행기가 있다. 주방을 살펴보니 간단한 음식은 해 먹을 수 있을듯해서 장을 보러 나간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정말 최소한의 재료만 사는데도 가격이 꽤 된다. 그래도 사먹는 것보단 나으니 조금은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돌아와 덥수룩한 효일이의 머리를 잘라준다. 생전 남의 머리 깎아본 적 없지만 바리깡과 빗 하나 들고 작업시작. 옷에 머리카락 묻을라 둘 다 발가벗고 욕실에서 땀 흘리며 머리를 깎는 꼴이란... 처음 갔던 호스텔에선 우릴 게이로 봤다는데 이 모습을 본다면 변명의 여지도 없이 오해 받겠다. 이발 완료. 어떤 어떤 스타일로 멋을 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냥 컷트 정도는 나온 것 같다.

인터넷을 하며 빈둥거리다가 16강전을 보러 나간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시간을 기다린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외국인 노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C 4-4경기가 시작된다. 어이없는 첫 골 이후 가히 16강전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팀을 응원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 늦지 않은 시간의 동점골이 모두의 환호를 이끌어내지만 곧 추가골 허용. 그 뒤로 가슴 졸이는 10분. 2002년 때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16강에 만족하기엔 아쉬운 한판이었다. C 4-2이제 왠지 16강의 목표로만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아 다음 4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다. 너무나 아쉬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아~ 동국이의 골이 들어갔으면, 주영이의 첫 프리킥이 들어갔으면... 지켜보는 우리도 이런데 선수들은 오죽하랴. 군 면제나 시켜주면 좋겠다.C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