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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갑다. 자전거를 타고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가야 한다. 밥을 먹고 갈까 싶다가 느려터진 그들의 업무 방식이 걱정스러워 바로 달린다. 자 그럼 오늘 열불 터졌던 방글라데시 비자 신청과정을 설명해보자.C 12-1

한 시에 접수 업무가 끝난다고 해서 바로 달려 대사관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역시 그 때와 마찬가지로 잠수타기 좋아하는 비자 접수 담당자 아저씨는 자리에 없다. 45분을 기다리니 잠수 아저씨가 나타나 하는 얘기는 여권을 복사해 오란다. 그때 분명 초청장과 은행잔고 서류면 된다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비자 신청에 필요한 것이니 우리 잘못이라 친다. 다행히 근처에 복사집이 있었다.
여권을 복사해 가니 다시 사라진 잠수부는 한 시에 나타나 서류를 받아 들더니 은행에 가 비자피를 내고 이체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비자피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사관 어디에도, 잠수부도 전에 그 얘기를 하지 않았고, 인도 대사관에서도 바로 비자피를 지불해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접수 시간은 종료됐다. 효일이에게 잠수부 딴 데 못 가게 잡아두라 하고 나 혼자 지정된 은행까지 2km를 달려간다. 은행에 가니 방글라데시 대사관의 계좌번호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지정 은행이 비자피가 얼만지도, 계좌번호가 뭔지도 모른다.
다시 대사관으로 달려가서 물으니 송금 시 필요한 계좌번호니 예금주가 프린트 돼 있는 쪽지를 준다. 그러니까 이건 비자 신청자를 위해 미리 준비돼 있는 거다. 묻지 않으니 주지 않은 것일 뿐.
다시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내고 돌아오니 잠수부는 또 사라졌다. 효일이에게 물어보니 간신히 부탁해서 접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다시 20분 정도의 기다림.
우릴 보고 있던 다른 직원이 안타까웠는지 윗 선으로 바로 서류를 넘기고 잠시 후 인터뷰를 하러 사무실로 가라 한다. 좀 착하게 생긴 아줌마 사무실에 들어간다. 아줌마는 우리는 아랑곳 않고 직원과 다른 사무에 대한 대화만 나누고 있다.
‘아줌마 올라오라 했으면 진행을 해야지.’ 
잠시 후 아줌마 왈
“내가 뭘 도와주면 되지?”
‘무슨 소리예요. 인터뷰하러 올라오라 했으면 인터뷰나 빨리 합시다. 딴소리 말고.’
아줌마는 우리의 서류를 본다. 우리의 초청장은 NGO단체의 초청장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비디오나 사진을 찍으면서 저널리즘 활동을 하려면 저널리스트 바자를 신청해야 돼.”
“아니요. 왠 저널리스트. 우리 여행만 할거예요.”
“그럼 서약서를 써.”
라면서 빈 A4지를 한 장 건낸다. 널찍한 A4지에 뭘 채워야 하나…
‘난 어떤 저널리즘 활동도 안 하겠습니다. 여행 목적으로만 방글라데시에 방문하는 거예요.’ 라고 쓰니 쓸 말이 없다. 한참을 보고 있던 아줌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도와줄까?”
하면서 컴퓨터로 서류 폼을 만들어 프린트 해준다. 별 특별한 내용도 없다. 처음부터 이걸 만들어 주던가. 왜 이 사람들은 일을 이따구로 하는 걸까? 아줌마는 접수는 됐으니 밑에서 접수증을 받아가라 한다. 잠수부에게… 우린 또 기다린다.
잠수부가 나타나선 인터뷰까지 진행된 것에 놀라워하며 위로 올라가 확인을 하고 접수증을 준다. 지금 시각 3시.

난 인도 여행 경험이 있어서 아리안족의 이 분위기를 대충 알고 있다. 시간개념, 순서개념, 이해개념 전혀 없는 빌어먹을 노프라블럼 정신!

진 빠지는 비자 신청 접수를 끝내고 돌아온다. 다시 자세를 잡고 컴퓨터를 켠다. 공을 들여 월드컵에 관한 글을 써놓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컴 다운. 저장치 않은 내 글… 속 터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