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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오늘은 할 일이 많다. 자전거를 끌고 나와 밥을 먹고 니콘 서비스 센터에 들린다. C 15-1마야의 친구 벤자민이 갖고 있던 중고 렌즈를 하나 샀지만 계속 포커스 문제를 일으키는 렌즈도 고쳐놓고 쓰기 위해서다. 문제 체크하는데 며칠이 걸린다고 하니 렌즈를 맡기고 방글라데시 대사관으로 달린다. 여권을 받아 들고 펼쳐보니 비자가 붙어있는 게 아니라 도장 하나가 크게 찍혀있을 뿐이다. 이 폼 안 나는 도장 하나 찍어주는데 그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다니… 대사관을 나와 다시 한인 타운으로 달린다. 앞 짐받이가 부러져 교체해야 하는데 싱가포르에도 없고 이곳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었다. 친구가 이곳 아는 분의 사무실로 물건을 보냈는데 그 사무실이 한인타운 근처다. 퇴근시간이 다 돼서 좀 서둘렀더니 땀이 범벅이다. 다행히 그 분이 계셔서 물건을 전해 받는다. 오늘 움직인 포인트가 서로 구석 구석 떨어져 있어 50km를 넘게 달렸더니 힘들다.

할 일도 마쳤고, 근처에 한국식당도 많아 맛난 거 먹자며 저렴해 보이는 ‘엄마손' 식당에 들어간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이름이다. 간단히 찌개나 먹으려고 했는데 삼겹살 가격이 찌개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 삼겹살을 먹는다.  C 15-2그리고 얼마 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소주도… C 15-3김치가 잘 익어 아주 맛있다. 밥 잘 먹고 소주 2병 마시니 취기도 돌아 더 먹고 싶은데 집까지 16km를 또 달려가야 한다. 고민 끝에 낙지볶음을 하나 포장하고 마트에 들려 소주 세 병을 더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먹으면 담배도 못 피고 시끄러울 것 같아 먹거리를 들고 동네 공원 놀이터로 간다. 깜깜한 밤에 말레이시아 공원 놀이터에 앉아 낙지볶음, 김치 안주에 소주를 먹고 있는 꼴이라니… 정말 흐뭇한 꼴이다. 자전거 타고 오느라 식당에서 먹은 술의 취기가 싹 사라져 소주 3병이 모자라다.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 게 당연지사. 맥주를 큰 병으로 두 병씩 더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두 병씩 더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온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효일이는 쓰러져 자고, 난 정말 오랜만에 오바이트를 하며 속을 게워낸다. C 15-4

그제서야 드는 생각. 도대체 오늘 돈을 얼마나 쓴 건가… 아… 모르겠다. 우선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