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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방안을 가득 채운 열기에 잠이 깬다. 수도가에 가서 샤워를 하니 좀 상쾌하다. 차려준 밥을 먹고 떠나려고 하는데 타릿이 차 한잔 하자고해서 식당에 간다. 타릿은 차를 먹으며 근처에 있는 삼촌 집에 놀러 갔다 와서 점심 먹고 떠나라 한다. 아쉬워서 그러는 거 알겠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와 떠날 채비를 한다. C 13-2온 가족이 나와 코코넛이며, 뻥튀기며, 체스판까지 챙겨준다. C 13-1모든 게 다 짐이지만 거절할 수가 없다. C 13-3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우린 다시 달리기 시작하다.

첫 날 주행의 피로가 어제까지 기운 없게 만들더니 이제야 근육들이 자전거 모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 평소 같은 페이스가 나온다. 여전히 날씨는 덥고, 먼지는 많고, 경적소리는 시끄럽다. 점점 외곽으로 빠지니 쉴 때 모여드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난다. 막 멈춰 음료수를 들이킬 때는 모여드는 사람이 짜증스럽지만 갈증을 풀고 담배 한 대 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C 13-5덥다고, 힘들다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말 지옥 같은 여행이 될 것이다. 일종의 체념으로 지금 상황을 즐긴다 생각하면 즐거운 상황이 될 수 있다. C 13-4

어느 지점에 다다르니 다리에 들어서는 톨게이트 앞에서 경찰이 우릴 막아 선다. 자전거 진입이 불가능하단다. 어쩌나 하고 있는데 경찰이 알아서 차를 한 대 가져와서 자전거를 싣는다 우리도 덩달아 차에 올라 다리를 건넌다. 굉장히 큰 강 사이를 잇는 5~7km 남짓한 길이의 다리다. 바다와 가까운 곳도 아닌데 강이 워낙 커서 강 사이에 생긴 삼각주에 사람이 살 정도다. 못해도 한 강의 네 다섯 배는 될 듯하다. 강 이름은 모르겠다. C 13-7

강을 건너고 다시 달린다. 해가 저물 무렵 한 식당에 멈춰 밥을 먹고 나서 근처에 있던 주유소에 가서 텐트 쳐도 되냐 묻는다. 사실 텐트 칠 곳이 마땅친 않았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한 아저씨가 오더니 1km만가면 호텔이 있다고 한다. 우린 아무데나 상관없다고 근처에 있는 평상을 가리켰더니, 그제야 우리의 처지를 파악하고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한 아저씨를 데리고 와서 따라 오라한다. 주유소 사장 아저씨의 안내로 주유소 2층에 있는 빈방을 보여주며 어떠냐 묻는다. 너희는 손님이니 돈은 안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어떻긴요 탱큐죠. C 13-6모두가 자리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고 자리를 비켜준다. 샤워실도 딸려있어 개운하게 씻는다. 방글라데시는 관계시설도 열악하고 전체적으로 지저분한데다가 잠시만 멈춰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통에 잠자리를 잡는 순간이 그 동안과 다르게 걱정스러운데 아직까지는 운이 좋아 좋은 잠자리를 얻고 있다. 이게 단순히 운인지 이곳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심인지는 좀 더 있으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