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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숙소에서 차려준 아침을 먹는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에도 있었는데 네팔은 커리보다 ‘달'이라는 소스를 더 애용하는 것 같다 ‘달'은 콩으로 만든다. ‘밧’이 밥을 뜻해서 큰 접시에 ‘달'과 밥 그리고 간단한 반찬이 함께 나오는 음식을 ‘달밧떠꺼리'라 한다.C 3-1 ‘떠꺼리'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밥을 먹고 플랜 사무실에 가니 장미꽃과 목에 실크 머플러를 둘러준다. 손님을 맞이하는 일종의 예의 같은 거다. 사무실을 돌며 여러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칼반, 주주 아저씨, 안주 아줌마와 함께 차를 타고 PU지역으로 이동한다.

처음 도착한 곳은 초등학교다. 역시 장미 한 송이와 화환을 목에 걸어준다. 지금은 여름방학 시즌이라 아이들은 없다. 그 시기에 맞춰 공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C 3-2근처에 있는 이이들 커뮤니티로 이동. 방글라데시와 마찬가지로 지도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이 이런 저런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C 3-3한 대 뿐이지만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도 있는 걸 보면 방글라데시 보단 상황이 좋은가 보다. 다음은 메디컬 센터. 역시 병원이라 하기엔 부족한, 학교 양호실 정도 되는 규모다. C 3-4정부에서 지정한 22가지 약에 한해서는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다 숲 한 지점에 멈춰 점심을 먹는다. 한적한 숲에서 도시락 같은 걸 까먹으니 소풍 나온 것 같이 분위기가 좋다. 밥을 먹고 이동한 곳은 플랜코리아에서 염소 보내기 사업을 한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우리를 맞아준다.     C 3-5목에는 세 개의 화환이 걸린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마을이라 전경은 좋다. 많은 집에서 플랜 사업으로 받은 염소를 소중히 기르고 있다. C 3-6C 3-7여러 가정을 둘러보는데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힘이 든다. 플랜 사업 방문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나만의 작업이 아니다 보니 뙤약볕에서의 촬영도 마다할 수 없고,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해 더 그렇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지역 관계자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다.

집 근처에 다다랐을 쯤에 차가 방향을 꺽어 산 쪽으로 올라간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네팔 전통주인 ‘통바' 얘기가 나왔는데 통바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도심엔 좋은 통바가 없고 산 동네에 가야 직접 담은 통바를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참을 달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주점 옥상에 자리를 잡는다.

알루미늄 통에 든 통바가 나온다. 전통적으로는 나무통에 나오고, 부자들은 금으로 만든 통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결혼한 신랑이 처갓집에 가면 으레 통바를 내놓는데, 그 이유는 통바의 통이 투명하지가 않아 통이 비었는지 알 수가 없고, 그러니 술을 자꾸 권할 수 없어 신사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란다. 뚜껑을 열면 술과 통바의 원료인 기장이 가득 차있다. C 3-10깨알 같은 기장이 가득 있어 술을 마실 때 입안에 들어오지 않게 끝을 찝은 빨대를 넣고 빨아먹는 게 이색적이다. C 3-9맛은 걸쭉하지 않은 막걸리나 동동주 맛이 난다. 기장이 가득 차 있어서 술을 다 먹으면 세 번까지 물을 부어 먹을 수 있다. 물을 넣고 빨대로 휘젓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한 두 번까지는 처음과 다르지 않은 맛이 나고 세 번째는 꽤 싱거워진다. 네팔도 맥주 값이 싸지가 않아 네팔에서 술 먹을 일이 생기면 통바를 즐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들 피곤할 텐데 우리 때문에 이런 술자리까지 마련해 준 게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보아하니 모두들 경치 좋은 이곳에서의 술자리가 싫지만은 않은 듯 하다. C 3-8무엇보다 최고 책임자인 칼반 아저씨가 술을 잘 드신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몽골계 사람은 술을 좋아한다. 칼반 아저씨는 토종 네팔인이라 동네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느껴진다. 즐거운 술자리였다.

자리를 파하면서 보니 오늘은 왠지 공금으로 계산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곳에서도 접대문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우리가 그 접대를 받을 자격이 있나 싶은 생각에 왠지 뭔가 사기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한 심정이 한 구석에 자리잡는다. 내가 만든 영상을 보고 한 사람이라도 플랜 사업에 동참해야 할 텐데…

집으로 돌아온다. 피곤한데다 술까지 먹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내일부터 다시 카트만두까지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