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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칼반 아저씨가 숙소로 찾아온다. 오늘 11시쯤 출발한다고 해서 자기는 일찍 어딜 가봐야 한다며 인사를 하러 오셨다. 어르신이 손수 찾아오시게 해서 죄송스럽다. 80km쯤 가면 또 다른 플랜 사무실이 있다며 연락해 둘 테니 오늘은 그곳에서 자면 될 거라 하신다. 숙소 값도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가라는 말도 빼놓지 않으신다. 정말 극진한 대접이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일을 보러 가신다. 우리도 일어나 짐을 챙겨 자전거가 있는 플랜 사무실로 간다. C 4-1어제 우리와 함께 했던 분들은 모두 자리에 없고 다른 직원 분을 통해서 카드 하나를 전달 받는다. 카드에는 이곳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들의 사인이 가득 담겨있다. 가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갖고 다니기가 힘들어 잘 처분하곤 하는데, 이 선물은 의미도 있고 끝까지 가지고 다닐 수 있어 좋겠다.

우린 다시 카드만두를 향해 달린다. 80km만 가면 돼서 여유 있게 달린다. 우리가 달리는 고속도로는 말이 고속도로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다. C 4-2그래도 길이 평평하고 주변 풍경이 좋아 달리긴 좋다. 쉬는 타임에서 차 한잔하고 있는데 뒤 따라오던 효일이가 한 시간이 넘게 오질 않아 다시 돌아간다. 어느 지점에서 효일이를 만났는데 ‘쭉’에 바퀴가 엉켜 푸느라 혼났다고 한다. ‘쭉'이란 갈대보다 좀 더 큰 식물이다. 물에 불려 줄기를 벗겨 말린 다음 직물을 만드는 소재로 쓰인다. C 4-3 ‘마'보다 좀 더 거친 직물을 상상하면 된다. 직물 소재로 쓰이는 만큼 질겨서 말리려고 길가에 내 놓은 쭉에 바퀴가 엉키면 해체하기가 고생스럽다.

시간이 지체돼서 서둘러 달리지만 날이 어두워져서야 80km 지점에 도착한다. 동네 사람에게 플랜 사무실이 있다는 곳을 물어보니 여기서 50km는 더 가야 한 덴다. 거리를 착각하셨나 보다. 한 타임 정도는 밤길을 달릴 생각이 있지만 세 타임은 무리다 싶어 근처에서 자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마침 경찰서가 있어 물어보니 이리저리 여러 사람을 거쳐 사무실에서 자라는 허락을 받는다. 네팔 경찰은 군복에 총을 지니고 있어 군인과 구별이 안 된다. 사무실에 텐트를 치고 수동 펌프로 샤워를 한다. 이 사무실은 모기가 무지하게 많고 덥다. 더운 데서 땀을 흘리며 모기를 쫓으며 일기를 쓰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있을까 싶다. 힘들어도 빨리 북쪽 산악 지형 동네로 가고 싶다. 그곳엔 모기가 없길 간절히 바란다. 정말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