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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버스를 타고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간다. 날도 흐려 비가 올 것 같고, 그 먼지, 매연 속에서 자전거 타기가 싫다. 네팔 버스는 번호가 없다. 버스 앞에 이곳 문자로 가는 곳이 써있는데 그것도 일부 차량에 한한다. 모든 버스에는 안내양 역할을 하는 남자가 설 때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가는 곳을 외치고 사람들을 호객한다. C 14-4 우리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 목적지를 말하고 한 버스에 오른다. 이미 어제 목을 혹사 당한 상태라 목이 아프다. 버스를 타도 먼지 바람을 피할 순 없다. 카트만두는 세계적으로 공기 안 좋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산길을 달리며 좋은 공기만 마시다 이곳에 오니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대사관에 도착한다. 30분을 기다려 담당자를 만나니 비자 받는데 최소 6주가 걸린다고 한다. 최소 6주고 훨씬 더 늦을 수도 있다는 말은 한마디로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한국대사관에서 말했던 한달 얘기가 맞나 보다. 인도에서 비자를 받기로 하고 돌아와 인터넷을 하기 위해 집 앞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간다. 정말 드럽게 느리다. 파키스탄 비자 정보를 찾아보니 얼마 전에 비자법이 바뀌어서 현 시점에서 타국에서는 비자신청을 안 받는다는 얘기도 있고, 파키스탄 북부 홍수 이후 여행 비자 자체를 안 내준다는 얘기도 있다. 난감하다. 파키스탄을 지나지 못하면 서쪽으로 갈 수가 없다. 북쪽으로 돌아가면 비싼 비자피를 받는 여러 나라를 거쳐야 해서 비행기로 파키스탄을 건너는 것보다 손해고, 무엇보다 계절상 자전거 이동이 힘들어 질 가능성이 크다. 비자법이 까다롭게 바뀐 나라들이 많아서 여행의 차질이 많다. 우선 인도로 가서 알아보고 향후 일정을 점검해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늘 또 카우치서핑 파티를 하러 간다 해서 따라 나선다. 오늘은 한 가게를 잡았다. 호스트들은 그대로고 서퍼들은 우리 빼고 다 바뀌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우르르 만나는 건 집중이 안 되고 아직 나랑 맞지 않는다. 운 좋게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옆에 앉으면 즐거울 수 있지만 잘못 앉으면 혼자 이도 저도 아닌 게 돼 버린다. 멕시코에서 온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 술도 먹고 음식도 먹으며 12시가 넘어서야 자리가 끝나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 그제 작업을 하다 자느라 잠이 부족하다.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

오늘 들은 최고의 뉴스.
지금 우리랑 같이 묶고 있는 라이얀은 방글라데시 사람인데 일본에서 의사 겸 의학 카운셀링을 하는 친구다. 분야가 뭐냐는 질문에 담배 한 모금 빨고는 “Lung Cancer"!”라고 말한다. 모순된 상황에 모두의 웃음이 터지자 자신 있게 말을 덧붙인다.
“전 인류의 20%만이 흡연이 원인이 되어 폐암에 걸리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80%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그럴 줄 알았다. 사회는 언제나 과장된 공포를 조성한다. 물론 흡연의 건강상 폐해가 폐암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나에겐 금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내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는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