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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집을 나선다. 우선 병원에 가서 효일이 박테리아 감염 상태를 점검한다. 약을 먹어 고름이 거의 없어졌는데 의사는 고름제거 시술을 받으라 한다. 말레이시아 때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굳이 그런 시술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의사의 말은 언제나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내 다리가 아니니 효일이가 결정할 사항이다. 자신의 몸 상태는 자기가 더 잘 알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문제다. 우선 약을 더 타가지고 나온다. 오면서 근처에 있는 기타 수리점에 가서 우쿨렐레 상태를 보여주니 고칠 수 있다곤 하는데 우쿨렐레는 처음 본다고 한다. 기타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방도가 없다.

버스를 타고 스와얌부나트로 간다.  C 16-2 언덕 위에 자리잡은 이 사원에서 카트만두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C 16-3정말 빼곡히 집들이 들어서있다. 스와얌부나트는 7년 전에 와 봤기 때문에 특별한 감상은 없다. 이것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물인데 보수 공사를 하는지 멍석을 덮어놨다. C 16-1

사원을 나와 여행자 거리인 타멜에 간다. C 16-47년 전과 너무 많이 변해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C 16-5더 복잡해졌고, 사람들도 많아졌다. C 16-6여행사와 기념품 가게들도 많아졌다. 그땐 다 조잡한 것들만 있었는데 꽤 탐나는 물건들도 많이 보인다. 다른 방식으로 이곳에 왔으면 두어 개쯤 손에 들었을 텐데 지금은 모두 짐이라 입맛만 다시고 만다. C 16-7

효일이의 직장 후배였던 재상이를 만난다. 재상이 역시 4개월 전 자전거 여행을 하겠노라 한국을 떠나 우리와 비슷한 루트로 여행한 친구다. 혼자 다니는 게 힘들었는지 같이 다니자며 일부러 여기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 4개월 동안 자전거를 두 번이나 도둑맞았다고 한다. 다른 교통 수단도 꽤 이용한 걸 보니 우리보다 더 뽀루꾸 자전거 여행자인 것 같다. 하긴 우리도 4개월 때까지는 뭐가 뭔지 잘 몰라 자전거 탄 시간이 많이 않았으니까… 밥을 먹고 맥주 한 잔하며 앞으로의 계획도 말하고 그 동안의 여행 얘기도 나눈다.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젠 셋이서 여행을 하게 됐다. 잘 맞고 적당한 수라면 사람이 많을수록 여행은 더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리저리 많은 신세를 지고 다니는 우리 여행 방식에서 둘과 셋의 차이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진 아직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 셋이 하는 여행은 나에겐 첫 경험이니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 새로운 친구가 합류했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그 동안 얘깃거리 다 떨어진 우리에게 활력소는 될 듯하다. 첫 경험이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비록 그것이 생각만큼 대단한 게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