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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포기하기도, 그렇다고 달리기도 애매한 비다. 인도 국경 근처에 있는 부다의 탄생지인 룸비니 구경을 하고 인도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오늘 출발하지 못하면 비자 만료일 때문에 바로 국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밥을 먹으며 상황을 보기로 한다. 맨날 먹는 챠우면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다행히 그 사이에 비가 그친다. 하늘에 구름은 가득하지만 하루 이틀 기다린다고 맑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예정대로 짐을 챙겨 출발한다. C 25-1

카트만두의 공기는 정말 최악이다. 먼지가 너무 많고, 질 나쁜 기름을 쓰는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은 시꺼멓다. 좁은 도로에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니 그 공기는 고스라니 입으로 들어간다. 몇 번 핵핵거리면 입 안에 모래알이 씹힌다. 2주의 긴 휴식 후에 그런 도로를 달리니 짜증이 난다. 카트만두를 벗어나니 우리가 달리는 도로가 네팔 제2도시인 포카라로 향하는 길이라 수많은 차들이 정체돼 있다.  C 25-2네팔은 정말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전체적으로 내리막 길이라 그나마 수월하다.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오니 차량이 좀 뜸해진다. 그래도 먼지는 많다. 경치가 좋아 물이 맑으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낄법하지만 길 옆을 흐르는 강 또한 흙탕물이다. C 25-3어쨌든 비만 안 와주길 바랄 뿐이다. 한 친구가 더 생기니 쉬는 시간마다 말이 좀 많아졌다. 노닥거리며 웃을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인 효과다.

비 그치길 기다리느라 늦게 출발해 67km 지점에서 멈춘다. 휴게소처럼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모두 짜고 담합을 했는지 밥이니 음료수 가격이 하나같이 비싸다. 배는 고프고 모두 그러니 방법이 없다. 날이 어두워져 더 갈 수도 없고 이곳에서 잠자리도 구해야 하니 적당한 곳에서 챠우면을 먹는다. C 25-4그 사이에 한 친구가 어디서 잘 거냐 묻길래 이 근처에 텐트를 치고 싶다고 했더니 좋은 자리를 봐준다. 이렇게 또 잠자리를 얻는다.

이 친구는 한국에 일하러 가고 싶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어 듣기 평가 연습하는 카세트 소리가 들린다. 내가 알기론 이런 친구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가기는 굉장히 힘들다. 우리 정부에서 허가하는 네팔 노동자는 네팔 정부가 많은 절차를 통해 선정하는데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뒷배경과 뒷돈이 필요하다. 이 친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잘 풀려 우리나라가 축복의 나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또 비가 쏟아진다. 많이 쏟아진다. 하늘이여 우리에게도 축복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