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이는 그 동안 일찍 일어나 버릇했는지 일어나서 부산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밤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다행히 아침 하늘이 맑다. 텐트 치기를 허락해 준 주인 아줌마가 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달밧떠까리에 고기 반찬을 추가하면 값이 두 배가 된다. 네팔도 달(소스)과 밧(밥) 떠까리(야채)는 계속 리필 해 준다. 그리 추가해서 먹을 만큼 맛있지가 않아 문제지만…
밥을 먹고 달리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한 시간 달리고 30~40분을 쉬며 똑같은 일과를 보낸다. 계속 산골짜기를 달리고 있어서 끊임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그 고도차가 크지 않아서 예상보단 덜 힘들다. 우선 길이 닦여있으니 네팔에선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골짜기 길을 달리니 경치는 좋은데 하루 종일 똑같으니 감흥이 무뎌진다. 한차례 폭우가 쏟아진다. 산 중에 구름이 많아서 맑다가도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리곤 한다. 짧게 치고 빠지는 비라서 잠시 기다렸다 다시 달리면 된다. 해질 무렵 작은 마을에 진입한다. 경찰서에서 퇴짜를 맞고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 텐트 허락을 받는다. 텐트를 쳐 놓고 식당으로 간다. 오늘이 여행 떠난 지 만 일년째 되는 날이라 맥주라도 한 잔하며 자축하려 했는데 130~180루피로 형성돼 있는 맥주를 200루피(약 3400원)나 달라해서 포기하고 우리나라 소주 같은 네팔 서민들이 술인 럭시를 한 컵씩 마신다. 자축파티는 상황이 좋은 곳에서 해야겠다.
닭고기 볶음 안주를 시켰는데 코딱지만큼 준다. 맛난 거 양껏 먹고 싶은 소망이 있다. 큰 도시가면 가끔 한국식당에 가지만 한 두 끼 먹어서는 욕구 충족이 안 된다. 2~3일은 계속 먹어줘야 그 그리움이 잠깐이나마 사라질 텐데… 효일이하고는 이미 현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음식 얘기는 안 한지 오래다. 재상이가 합류하고부터는 우리끼리 다 끝내버린 얘기가 간혹 나오는데 오늘은 입으로 맛 집 순례를 하며 입맛을 다신다. 그때 재상이가 꺼낸 튜브 고추장. 그래 이 맛이구나. 난 외국에서 절대 못 산다. 입에 침만 고인 체 일년째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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