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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꽤 일찍 누웠는데 늦게 자던 습관이 남아서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그래도 아침 햇살을 받고 텐트 안이 더워지면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지저분한 숙소보다 텐트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일인용 텐트라 좀 좁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가벼우니 선택의 문제다. C 16-1오늘은 햇살이 좀 뜨거울 것 같다.

입맛이 없어 길거리에서 파는 요상한 소스범벅 감자튀김인 ‘알루 띠끼’를 사 먹는다. 과일을 제외하고 군것질 거리론 이게 최고다. 지겨운 짜빠띠보다 쉴 때마다 이런 먹을 만한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게 낫겠다. C 16-2

암리챠르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암리챠르는 곧 골든템플’이라고 할 만큼 골든 템플이 유명한데 그게 시크교의 최대 성지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터번이라고 해야 하나… 머리를 앞으로 모아 정수리 부근에 동그란 상투처럼 따놓은 두건을 쓰고 있는 시크교 특유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확실히 인두교가 인도를 짜증나게 만드는 것 같다. 시크교인이 많은 곳에 들어오고부터 음료수 하날 사 먹어도 흥정할 필요 없이 제값을 내면 된다. 제값 내고 사는 것에 기뻐해야 하다니 참…

카우치서핑으로 연락해 둔 나린 아저씨 집을 구글맵이 이상하게 알려줘서 한참을 헤맨다. 무슨 농장이라 하더니 도시 중심에서 10km는 떨어져있는 곳이다. 주소를 들고 물어 물어 도착한 곳은 넓은 들판에 있는 작은 성 같은 건물이다. C 16-3나린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며 내가 묶을 방을 안내해 준다. 웬만한 게스트하우스 부럽지 않은 방이다. 냉장고도 있다. 인도에서 냉장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꽤 비싼 방에 속한다. C 16-7마당엔 작은 풀도 있다. 좋은 집이다. C 16-4

우선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한다. 얼굴과 팔이 햇볕에 벌겋게 탔다. 따갑다. 샤워를 하고 나와 집 주변을 둘러본다. C 16-5알고 보니 그냥 집이 아니라 Farm House라고 하는 리조트다. 자전거로 이동 중에 보면 정말 쌩뚱맞은 곳에 리조트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건물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여기도 그런 곳인가 보다. 지금은 비수기라 손님이 별로 없고, 우기가 지나면 굉장히 바쁘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묶는 방도 그런 손님 방중 하나를 내준 거고 그래서 숙박께 같은 것도 썼다. 한가지 안 좋은 점은 농장 한 가운데 있는 리조트라 근처에 아무것도 없다. C 16-6하는 수 없이 이곳에 딸려있는 식당에 들어간다. 일반 여행자들이 찾는 식당의 가격과 비슷하긴 하지만 나에게는 비싸다. 별 수 없는 일.

남은 돈이 빠듯하지 않아서 치킨프라이드라이스와 치킨클리어스프을 시킨다. 어제 출발해서 여기 도착할 때까지 쓴 돈만큼 되는 식사다. 볶음밥만 시키려다 치킨클리어스프가 왠지 닭백숙 국물맛일 것 같아 시켰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맛은 있는데 너무 조금 준다. 많이 주면 맨밥 시켜 말아먹을라 했는데 그건 안되겠다. C 16-8

밥을 먹고 나오자 작은 무대에서 음악 졸라 크게 틀어놓고 공연을 하고 있다. 매일 포크댄스 공연을 한다고 한다. 근데 그게 다른 일 하던 사람 의상만 입혀놓고 하는 거라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음악이 중간에 끊기기도 하도, 무용수의 움직임도 성의가 없다. 그냥 조그만 리조트에서 준비한 작은 서비스려니 하고 보면 우스워하며 볼 수 있다. C 16-9

방으로 들어온다. 좀 피곤하다. 침대가 편하다. 영화나 한편보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