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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일어나자마자 기차역으로 간다. 5km정도 되는 거리에서 기차역으로 간다는 미니버스에 올랐는데 3km를 남겨두고 다 왔다고 내리란다. 다른 곳으로 빠지는 버스라 내린다. 짜증.

걸어서 기차역에 도착.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화물 관리소에 가니 자전거와 짐이 보인다. 자전거 체인이 빠져있는 것 말고는 이상이 없다. 천만다행.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라훌이 해 준 토스트를 먹고 담배 한 대 핀다. C 13-2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천만다행. C 13-1

노트북을 켜고 여행기를 정리한다. 친구가 페이스복에 끄적여 놨던 글에 곡을 붙인 노래를 녹음한다. 그렇게 그렁그렁 하루가 지나가나 싶더니 수디르 아저씨가 퇴근하고 와서는 친구들과 놀러 가자고 해서 차를 타고 나간다. 직장 동료 둘과 무슨 클럽하우스 분위기의 술집에서 맥주를 마신다. C 13-3안주로는 염소고기 케밥과 탄두리 치킨. C 13-4고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C 13-5처음엔 인도에 베지테리언이 많은 이유가 어떤 종교적 음모라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고급레스토랑이나 이곳에서 비싼 축에 속하는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에선 고기를 파는데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규율을 내세워서 지들만 좋은 걸 차지하려는 속셈 같은 거 말이다. 실제로 기득권 층이라는 부류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니까.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얘길 나눠보니 오히려 잘 사는 사람, 상위 카스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베지테리언들이다. 성을 보면 그 사람의 카스트를 알 수 있고, 베지테리언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종교적 규율을 지키면서 자신의 카스트에 대한 위엄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난 이곳에서 불가촉 천민이니 고기를 다오.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식당에 들어선다. C 13-6남자들만 있는 술집과 달리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가운데 작은 무대엔 라이브 음악을 하는 밴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름 모를 작은 오르간 같은 건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인도 전통 타악기인 타블라를 두드리는 사람. 무슨 콘서트를 보러 가자 했었는데 이건가 보다. 작은 무대지만 좋은 연주를 라이브로 듣는 것 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C 13-7 꽤나 자주 찾는 곳인지 무대를 마친 싱어가 직접 테이블에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노닥거린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나온 저녁을 먹는다. 꽤나 고급스러운 곳이었는데 계산할 때 슬쩍 보니 네 명 밥값으로 3만원 정도 나왔더라. 물가차이를 새삼 느낀다.

밖으로 나와서 커피 전문점엘 간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커피 맛 좀 보나 싶었는데 인도에서 파는 커피는 죄다 밀크 커피다. 그것도 우유 맛이 진한. 거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띄어져 있는 커피다. 커피 맛 우유라고 해야겠다. 계산할 때 보니 서로가 내겠다고 난리다. 흐뭇하군. 좋은 친구들일세. 그 사이에서 난 잘 얻어먹고 좋은 구경했다. 부자친구가 있으면 좋구나 싶다. 안 그래도 매번 친구들에게 얻어먹고 사는 처지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