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1. 열차 속에서 (3월30일 am10:00 ~ 3월30일 pm11:00)
2011. 4. 15. 05:30 |밤에는 꽤나 쌀쌀했다. 선풍기를 끄고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서야 잠이 들었다. 날이 밝고 열차가 슬슬 햇볕에 달궈지기 시작할 무렵 눈을 뜬다. 40시간 열차 여행을 버텨내려면 최대한 잘 수 있을 만큼 자는 게 최고다. 도저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을 때까지 그냥 자는 거다.
얼굴과 손에 기름대가 끼고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냥 멍 때린다. 옆 좌석 아이들이 울어댄다. 짜증나기 보다 구경거리가 생긴 셈이다. 왜 울고 그러니..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본다. 장난감 파는 아줌마가 아이들을 유혹하고 아빠는 허락하지 않고 아이들은 운다. 결국 몇 개의 장난감을 구입하는 선에서 상황이 종료된다.
괴로운 시간임은 분명하지만 생각보다는 덜하다. 그 동안 이 보다 더 열악한 상황을 맞이한 경험으로 이런 상황에 대한 적응능력도 길러졌나 보다. 배 고프다. 지나가는 판매상에 의존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음식이 없다. 열차가 정차할 때 나가서 사와야 하는데 짐 때문에 멀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바나나만 줄창 먹고 있다. 갑자기 통닭에 맥주가 먹고 싶다. 한국에선 언제 어디서든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욕구들. 에휴… 통닭이 웬 말이냐. 잠무는 북쪽이니 뚝바나 모모는 있겠지. 고정도로 만족해야지. 불가능한 꿈은 삶을 더 지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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