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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밖에서 이불을 깔고 자서 시원했다. 날이 밝아져서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어디서나 비슷하게 아침은 난과 치즈, 계란 후라이로 먹고 떠날 준비를 한다. C 33-1사진도 찍고, 기념품도 준다. 집을 나와 갈래길에서 스웨덴 친구들과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오전엔 힘도 있고 햇볕도 견딜만해서 잘 달린다. 오늘도 첫 타임에 45km를 달리고 휴식을 취한다. 가게에서 수박을 팔길래 작은 걸로 한 통을 산다. 아무래도 물만 먹는 것보다 과일을 먹는 게 낫다. 이란엔 평상이 많다. 카펫이 먼저 인지 평상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카펫이 깔려있는 평상은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수박 한 통을 다 먹고 조금 졸다가 다시 달린다. C 33-2

길가에 로드킬당한 새가 한 마리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란에선 개나 고양이를 거의 보질 못했다. 테헤란 카페에서 그 유명한 페르시안 고양이를 한 번 봤을 뿐이다. 애완 동물에 관심이 별로 없나 보다.

두 타임째 목표했던 잔잔에 도착한다. 카우치서핑 연락해 둔 친구네 갈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달리기로 한다. 오늘 시간이 많이 남았고 지금 남아있는 25,000토만으로 마지막 목적지인 타브리즈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단 계산이 섰다. 한곳에서 하루라도 더 편히 쉬는 게 낫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안장 한쪽이 부러진다. C 33-3이 정도는 마이티 퍼티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산 중국산 말고 한국에 갔을 때 마트에서 국산을 하나 사왔는데 그게 확실히 더 좋다. 앞 짐받이가 부러진 것도 그걸로 잘 버티고 있다.

잔잔을 벗어나자 인적과 차량이 뜸해졌다. C 33-7산길이라고 할만한 경사는 아닌데 갈지자 길이 이어진다. 주변 풍경이 황량한 가운데 인적 없는 길을 혼자 달리니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길 옆은 교육용 교보재로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단층된 지층이 보인다. 신기하다. C 33-6

지하수가 흘러 넘치는 곳에서 쉰다. C 33-5외진 곳으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점점 순해지는 게 느껴진다. C 33-4맞은 편 도로에서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보이길래 뛰쳐나가 불렀는데 고개만 한 번 돌리고 가던 길을 간다. 내 자전거가 안쪽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유럽에서 유라시아 횡단을 목표로 하는 자전거 여행자는 거의 중앙 아시아로 빠지는데 터키를 거치든 아르메니아를 거치든 이 길을 통해 이란 북동부로 가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빠지니 요 지점이 딱 길목인 셈이다. 그냥 지나쳐서 좀 아쉽다. 난 다시 갈 길을 간다.

해가 질 무렵 휴게소 간판을 보고 섰는데 황량한 곳에 덩그러니 있는 식당은 문을 닫았다. C 33-8삼 일째 아침으로 간단한 난과 저녁만 먹고 있다. 무지 배가 고프다. 구석진 곳에 구멍가게가 있어 보니 참치캔과 난이 있다. 참치캔에 갖고 있던 고추장을 풀어 비빈 후 난에 싸먹는다. C 33-9참치캔과 고추장은 궁합이 잘 맞아서 맛이 좋다. 집에서도 종종 이렇게 상추쌈을 먹었다. 어설픈 음식보다 차라리 이게 낫다. 구멍가게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옆 식당이 자기 거란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나 보다. 허락을 받고 널찍한 식당에 잠자리를 잡는다. C 33-10이란은 어디서나 물이 잘 나와 좋다.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한다. 아직까진 순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