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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밤새 더워서 잠깐 잠깐 짜증스럽게 잠에서 깼다. 일어나서 찬물로 목을 축이고 멍 때리고 있으니 계란 스크럼블과 난을 내준다. C 32-1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든 누구든 하룻밤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면, 그게 육체적 관계가 전혀 없었어도 알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는 더 이상 남남이 아니라는 느낌. 이런 경우는 백이면 백 아침이 제공된다.

밥을 먹고 출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쉽지 않다. 휴게소가 너무 나오지 않는다. C 32-2또 첫 타임을 60km정도 달린 후 국도로 빠지는 길이 있어 방향을 튼다. 한 가게에 멈춘다. C 32-3앉은 자리에서 1.5L물을 다 마신다. 40도의 날씨가 그리 체감되지 않았는데 물이 이렇게 먹히는 걸 보면 그 정도 기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정신력에 많이 좌우돼서 40도의 날씨가 분명하다고 확신하는 순간부터 너무 덥게 느껴진다. 또 하루 만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페달질이 너무 힘들다. 국도이긴 해도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라 쉴 곳이 쉽게 나타나진 않는다. 시간과 거리에 상관없이 가게가 나타나면 무조건 쉬기로 결정하고 달리는데 그때부터 거의 5km 간격으로 가게가 나온다. 5km만 달려도 갈증이 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이며 음료수를 들이키니 속이 이상하다. 그리고 이렇게 몇 차례 짧은 간격으로 쉬고 나면 그 다음부턴 한 시간을 채우는 게 너무 힘들다. 어차피 내일 잔잔(Zanjan)이란 도시에 도착해 하루 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무리하진 않는다.

지하수를 펌프로 퍼내는 곳이 있어 멈춰 발을 담근다. C 32-4열라 시원하다. 이란에선 거의 지하수를 퍼 쓰는지 수도꼭지로 나오는 물은 거의 다 마신다. 석회가 많이 섞여있단 말을 들었는데 신경 쓰진 않는다. 이거 먹어봐야 얼마나 쌓이겠어...

마지막 타임은 극강의 맞바람이 분다. C 32-5평지에서 시속 10km가 안 나오면 정말 짜증이 장난 아니다. 오전 11시 반까지 60km를 달렸는데 해가 지는 8시 반까지 총 113km를 달렸다. 오후 맞바람이 정말 심했다.

거의 어두워진 길에서 잘 곳을 찾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누가 부른다. 세 명의 자전거 여행자들이다. C 32-6자전거 여행자 정말 오랜만에 본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부자와 아들의 친구. 반가워하며 얘기를 나누다 대화 거리가 끝나갈 무렵 한 차가 우리 앞에 선다. 우리의 잠자리를 걱정하던 아저씨는 근처에 있는 자기 집에 초대를 한다. C 32-7이런 만남도 오랜만이다. 작은 정원이 있는 좋은 집이다. 음료수를 주고 식사를 대접해 준다. C 32-8양의 간과 허파를 감자랑 같이 볶은 요리였는데 난 내장류를 좋아하니 상관없는데 한 스웨덴 친구는 좀 힘든가 보다. 간은 먹어 봤는데 허파는 처음이란다. 그래도 유쾌한 친구라 분위기 맞춰 잘 논다. 그 사이 주인 아저씨의 아들, 딸, 친구들이 몰려와서 한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된다. C 32-9C 32-10

이런 만남이야 말로 힘들게 자전거 여행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다른 자전거 여행자와 함께 이런 자리를 갖는 건 또 처음이라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빠듯한 비자기간, 더운 날씨에 종일 회의가 들었는데 이걸로 또 모든 게 역전이 된다. 여행도 삶도 다 이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