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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오늘까지 효일이가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날씨가 추워 신책을 하기도 그래서 여행 중 읽으라고 친구가 선물로 준 깨알 같은 글자 가득한 가볍고 두툼한, 아껴두었던 책을 꺼내 읽는다.

책 읽기의 소중함을 군대에 가서야 깨달은 탓에 책 읽기 습관이 덜 돼 책을 빨리 읽지 못한다. 책을 선물로 받을 때는 꽤 오랫동안 시간을 채워주리라 생각했었는데 단숨에 다 읽어 버리고 만다.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어 잡생각이 사라지니 집중이 잘 돼 그런 듯 하다. 군대에 있을 때 친구가 보내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음란서적으로 찍혀 불태워지는 걸 보고 그 무지함에 분개한 적이 있어 이제 고스라니 짐이 되어버린 책을 버리지는 못하겠다. 나와 마찬가지 입장에 놓인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서로 책을 교환하면 좋으련만 우리가 흔히 찾는 관광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어서 당분간은 힘들 듯 하다. C 24-1영화 ‘비치'를 보면 주인공이 카오산 카페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광객을 질타하는 장면이 있다. 왜 여기까지 와서 영화를 보고 있냐는 것인데 그 장면에 크게 공감했었다. ‘이름 난 천문학자의 강연장을 빠져 나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았다.’라는 월트 휘트만의 싯구 또한 마찬가지의 의미로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

가끔은 여행 중에 독서도 그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늘어지게 책을 읽는 것 또한 즐겁게 여가를 보내는 일이지만 솔직히 난 별로 치열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몽골의 게르에 누워 책을 읽는 것과 밖에 나가 다시 못 느낄지도 모르는 몽골의 자연을 향유하는 것 중 무엇이 이로운가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고자 한다면 특별한 사명감이 필요하겠지만 첫 여행 때부터 고민스러웠던 문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참 태평스런 고민이다. 사실 여행중의 고민이라는 것이 다 요런 것들이다. 그래서 난 여행을 사랑한다.

사랑, 여행, 독서, 음악, 친구들과의 진솔한 대화. 자아를 성장시키는 최상의 것들이라 난 믿고 있다.

C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