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서 출발. 오늘도 역시 황량한 허허 벌판을 마냥 달린다. 북쪽 끝 지점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분주한 마을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가게에 가서 케밥으로 배를 채운다. C 41-1

이제 다시 동쪽으로 달리면 된다. 강을 경계로 아제르바이젠과 나눠져 있는 국경선을 끼고 달리는데 이쪽은 양 옆이 완전 암벽으로 된 산이다. C 41-4그렇지 않아도 심심히 않게 불어오던 바람이 이 골짜기 길에 들어서면서 엄청난 강풍으로 바뀐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맞바람이다. C 41-2바람이라는 게 언제나 일정한 세기로 부는 것이 아니어서 갑자기 돌풍이 휘몰아치면 자전거가 휘청거리며 기우뚱거리기 일수다. 몇 번이나 자빠질 뻔 했다. 장엄한 풍경들이 길 옆에 놓여있지만 그 쪽에 정신을 둘 상황이 아니다.

바로 옆에 보이는 아제르바이젠엔 심심치 않게 마을이 나오는데 이란 쪽은 전혀 없다.C 41-3 돈을 여유 있게 준비했는데도 쓸 수가 없다. 배가 고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한쪽 구석에서 쉬고 있던 트럭 아저씨가 부른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혼자 쓸쓸히 있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아 멈춰 같이 차를 한 잔 마신다. C 41-5그렇게 죽을 둥 살 둥 60km의 골짜기를 힘겹게 달려 국경에 도착한다. 늦은 시각이라 근처 마을에서 자고 내일 넘어가려 했는데 마을도 보이지 않고 어찌어찌 해서 사람들에게 떠밀려 국경을 넘는다. 새 여권이 혼란스러운지 여권 확인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렇게 이란 여행은 끝이 난다. C 41-7

<못다한 얘기>
1. 여권 분실은 생각만큼 큰 일이 아니다. 오랜만에 나온 해외여행. 빡빡한 일정이라면 그 기다리는 시간이 문제가 되겠지만 흔히 말하는 국제 미아가 되거나 할 일은 없다. 그냥 대사관에 가서 재신청하면 된다. 바로 국내로 돌아가려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2~3일이면 되고 그걸 가지고도 여행은 할 수 있단다. 단 국경 넘을 때 인정이 안 되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다. 나처럼 새 여권을 발급받는 건 한국에서 배송을 받아야 해서 시간이 걸리다. 기간은 나라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난 2주를 기다렸고, 25달러의 재발급 비용이 들었다.
2. 이란 여자 예쁘단 얘길 몇 번했는데 자꾸 보다 보니 그렇지도 않더라. 가려진 것에 대한 은밀한 욕망이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내가 너무 외로웠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