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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피곤하다. 배도 고프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오르막은 계속된다. 너무 힘들다. 배가 고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20~30분만 달리면 바로 주저앉게 된다. 그렇게 계속된 오르막을 오전 내내 억지로 억지로 끌고 달린다.

쉬려고 멈춘 나무 그늘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니 작은 열매가 있다. 하나 따 먹어본다. 시큼하지만 먹을 만하다. 무슨 열매인지 모르니 서너 개를 먹어보고 담배 한대 피며 20분 정도 상태를 본다. 속에서 아무 거부감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잔뜩 따 먹는다. C 5-1뭐라도 먹어야 한다. 그리곤 다시 달린다.

한 오두막을 지나치려는데 아줌마가 부른다. C 5-2부름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우선 물이 다 떨어졌고, 어쩌면 뭐라도 얻어먹을 수 있으리라. 자전거를 세우고 집에 들어가니 고기 삶는 냄새가 난다. 아줌마가 두툼한 닭다리와 감자가 가득한 수프를 준다. 국물 요리가 너무 먹고 싶었다. 너무 허겁지겁 한 그릇을 비우니 또 한 그릇을 준다. 정말 맛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C 5-3

배를 채우고 한참을 쉰 후 다시 달린다. 여전히 힘들다. 배를 채우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허벅지 근육이 한계를 다 한 것 같다.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다행히 내리막이 나온다. 끝도 없는 내리막. C 5-4다시 고도 1,000m를 내려온다. 산길을 만나면 네팔과 비교를 하게 된다. 네팔도 산 동네라 오르막 내리막이 많지만 전체적인 고도가 높지 이렇게 큰 고도차로 오르락 내리락 하진 않는다. 거기에 인구 밀도와 분포도에서 오는 편의성의 요소가 추가되면 포장된 길이라는 조건에선 이곳이 단연 최고로 힘든 길이 된다. 마을의 이정표와 함께 시작된 내리막은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오르막으로 바뀐다. C 5-5C 5-6다시 또 얼마나 올라야 하는가.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C 5-7하지만 별 수 있는가. 그냥 페달을 밟을 뿐이다.

다시 도시 근처에 왔다. 블루베리같은 건지 멀버리인지 흰색 베리류의 열매가 있어 따먹는다.(나중에 확인하니 '구즈베리'라고 한다) C 5-8졸라 맛있다. 계속 따 먹는다. 한 바가지 정도 먹었나 보다.

저 앞에 'Food'라는 간판이 있길래 가보니 문이 닫혀있다. 집안으로 들어가 물어보려 하니 안쪽에서 아저씨들이 술을 한잔하고 있다. C 5-9당연히 동참하라 한다. 자전거를 안쪽 뜰에 세우고 술자리에 낀다. 두툼한 양고기를 준다. 각종 야채도 준다. 술도 엄청 준다. 즐거운 술자리다. 이런 만남을 가지려 오늘 그렇게 힘들었던 것인가.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무뚝뚝하고 별 관심이 없지만 가끔 만나는 인연은 이렇듯 크게 펼쳐진다. 술 엄청 먹는다. 술 못하는 사람은 이런 자리가 힘들 것이다. 내가 술을 못하는 편이 아닌데 보드카 문화의 사람은 당해낼 수가 없다. 양고기 엄청 먹고, 술도 엄청 먹고 뜰에 텐트를 치고 눕는다. 알딸딸하니 기분 좋다. 이렇게 오늘의 고됨은 잊혀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