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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간단한 아침상을 받고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여전히 오르막이지만 하루 쉬면서 잘 먹어서 좀 수월하다. 곧 '고리스'란 도시가 나타난다. 도시라곤 하지만 서울의 한 두 개 동 정도되는 산골마을이다. C 7-1

마을을 통과해 어느 지점까지 오르자 산림 울창한 산악 지형은 끝이 나고 넓은 초원 구릉 지대가 나타난다. C 7-2넓은 벌판에 들꽃과 밀밭이 펼쳐져 있어 보기 좋다. 길은 2,100m에서 1,800m 정도의 고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펼쳐져 있다. 나무가 없어 그늘은 없지만 고도 탓에 바람이 서늘해 상관없다. 바람에 넘실거리는 벌판이 딱 상상했던 유럽 시골마을 풍경이다. C 7-3C 7-4C 7-5C 7-7그게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 바람이 순풍이기 때문이다. 길이 꼬부랑거리지 않고 일직선으로 나 있어서 내리막을 신나게 달렸더니 시속 75km/h까지 나왔다. 가끔 50~60km/h 정도는 나왔는데 이건 너무 빠르다. 잠깐 옆 바람이 훅 불어서 자전거가 휘청거려 식겁했다. C 7-6이 속도에서 자빠지면 뭐라도 하나 아작나겠다 싶어 브레이크를 잡는다. 너무 빨리 달린 탓인지, 그 동안 정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앞 바퀴에서 베어링이 따로 노는 소리가 들린다. 길가에 튼실한 자두가 떨어져있어 주어 담는다. 한 봉지 가득. 졸라 시다. 그렇게 바람 쐬며 오르락 내리락 하다 한 타임 쭉 오른다. 이제 내리막이 펼쳐질 모양이다.

과일 파는 아저씨들이 있길래 살구를 1kg 산다. 800드람(약2,320원). C 7-8과일은 이란보다 비싸다. 배를 채우고 2,300m에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꼬부랑길이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상관없는데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내리막을 타면 땀에 흠벅 젖은 옷과 싸늘한 바람 때문에 무척이나 춥다. 경사가 심해 브레이크를 잡는 손이 얼얼해 몇 차례 멈춘다. 그렇게 900m를 내려오고 한 마을에서 평지길이 펼쳐지더니 다시 500m를 내려온다. 내려올수록 맘이 무거워진다. 브레이크를 너무 잡아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모가 심했나 보다. 앞 바퀴에서도 여전히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난다. 터키의 큰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정비가 어려울 듯 싶어 심란하다. 아직 수많은 산길이 기다리고 있다.

배가 고파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식당들이 죄다 토종닭 한 마리 시켜야 할 것 같은 유원지 식당 분위기라 들어가기 무섭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나라는 어디나 유원지 분위기가 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일주일짼데 밥을 한 번도 안 사먹었다. 그래서 밥 물가를 모른다. 기회도 없었고 돈도 없다. 이란에서 남은 돈 국경에서 바꾼 7,000드람(약 20,300원)이 전부였고, 지금까지 음료수며 과일 사 먹느라 3,500드람 정도 썼다. 엄청나게 선전했다. 하지만 또 굶으면 내일 다시 힘들어 질 것 같아 한 식당에 들어 간다. 케밥이 1,000드람(약 2,900원)이라 해서 시킨다. 케밥을 난에 양파, 고추, 케찹을 넣고 말아 샌드위치처럼 만들어준다. 맛있다. C 7-9

전체적으로 바람이 도와주긴 했으나 11시간 30분 동안 두 번 짧게 쉬고 산길을 자그마치 125km 달렸다. 스스로가 대견해 닭 한마리 삶아주고 싶으나 오늘은 케밥으로 만족하다. 그래도 선물 하나 주고 싶어 맥주 한 병 마신다. 500드람(약 1,450원). 120km가 남았다. 잘하면 내일 도착할 수도 있겠다. 막상 도착하면 또 모르겠으나 지금 같아선 넉넉히 환전해서 배불리 먹고 싶다. 그나저나 자전거 상태가 불안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