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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잘 잤다. 역시 집이 좋다.

나렌도는 회사에 가고 엘렌만 집에 있다. 아침때는 지났고 점심을 차려준다. 어제 먹다 남은, 뭐라 해야 하나 야채 볶음과 파스타를 준다. 파스타에는 뭐라 해야 하나 밥에 뿌려먹는 일본 양념을 쳐 먹는다. 김과 깨소금, 가츠오부시 등이 섞인 건데 우리나라에도 판다. 프랑스에서 더 오래 살았는지 밥은 두 끼 이상 연속으로 못 먹겠다 하는데 아빠가 일본 사람이라 집에 김이랑 일본 양념들이 있다. 나로서는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C 9-1엘렌은 정말 말이 많다. 그냥 수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대화거리를 만들어낸다.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만큼은 서로 모르는 남녀가 둘만 있으면 좀 어색하기 마련인데 허물없이 말을 늘어놔서 불편하지 않다.

나렌도는 조금 늦게 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나간다. 난 그 동안 쌓인 작업을 시작한다. 하루 종일 작업만 한다. C 9-2저녁때쯤 나렌도와 친구들이 와서 엘렌에게 프랑스어를 배운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고 나렌도는 곧 엘렌과 함께 파리로 간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사람들 중 교육받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어는 한다고 하고, 터키어도 어느 정도는 하고, 거기에 영어, 그리고 이런 식으로 프랑스어까지. 자국어까지 합하면 금방 5개 국어를 하게 되는 셈이다. 역시 언어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빨리 는다.

친구들은 가고 엘렌이 귀찮다며 저녁으로 피자를 시켜먹는다. 맛은 있는데 양이 차질 않는다. 체중은 60kg 중반에서 더 이상 줄지 않고 있다. 아끼느라 정말 부실하게 먹고 있다. 한 두 끼는 굶기 일수다. 그래서 갑자기 걸신이 들어 계속 식탐을 하게 될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아직이다. 그 대신 음식이 있으면 먹어도 먹어도 금방 또 먹게 된다. 문제는 음식이 없으면 허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뇌가 걸신을 맞이하는 대신 허기를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나 보다.

내일은 예레반 구경을 좀 해야겠다. 환전도 하고, 군것질도 좀 맘껏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