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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엔 술에 취해 자려고 하는데 나를 불렀던 이곳 주인인 것 같은 아저씨가 집에 가자 그 옆에 있던 똘마니 같은 놈이 텐트를 두드리며 돈을 내라고 귀찮게 했다. 짜증이 나서 텐트를 들고 집 밖으로 나오자 밥 먹은 값이라도 내라며 따라와서 승질을 부리며 대치하고 있는데 근처를 지나가던 아줌마가 자기집으로 가자 해서 근처에 있던 아줌마의 집 텃밭에 텐트를 놓고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캠코더가 없어져 찾다가 자전거 옆에 떨어져 있는 걸 본다. 술에 취하고, 어두운 와중에 짐을 대충 들고 이동하다가 흘린 것이다. 문제는 밤새 비가 왔다는 것. 배터리를 분리하고 햇볕에 말린다.

그 사이 어제 나를 데리고 온 아줌마가 먹을 걸 챙겨준다. C 6-6이층 집 위 아래 두 가구가 사는 집이다. C 6-5뜰에 앉아 커피며 차를 대접받는다. 앉은 자리 위에 어제 따 먹었던 열매가 있어 하나 따 먹으니 꼬맹이가 한 손 따다 갖다 준다. 귀여운 것들...C 6-4좋은 사람들이다. 비에 젖은 것도 말려야 하고, 피로도 풀고 싶고, 이곳 분위기가 좋아 하루 머물길 청한다. 당연히 예스. 산딸기며 해바라기 씨, 작은 사과, 앵두 같은 걸 갖다 준다. C 6-7모두 이 집에 있는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다. 굉장히 평화로운 곳이다. 어제 따 먹던 열매는 나무 아래 천을 깔고 흔들어 떨어지는 것을 모아 발효 시킨 후 술을 만든다. C 6-10그것도 직접 만든다. C 6-9이게 바로 70도짜리 그 술이었다. C 6-8한 잔 받아 먹으니 목이 타 들어간다. 꼬맹이 둘은 계속 내 주위에서 장난을 친다. C 6-11C 6-3누구는 종일 열매 수확을 하고, 누군가는 술을, 누군가는 차를 고치고, C 6-14누군가는 양털을 말린다. 이곳의 삶이다. 맞은 편 산에는 신기한 모양의 암석들이 솟아있다. C 6-12멍하니 여유를 부리며 이곳의 평화로움을 즐긴다. 아줌마가 밥을 차려준다. 닭고기, 구운 감자, 치즈, 오이, 토마토, 고추, 빵. 맛있다. C 6-1

여유롭고 좋은데 짐도 못 꺼내고 종일 앉아있으려니 좀 지루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만남의 즐거움은 보통 다음날 오전쯤에서 끝이 난다. 오래 있다 보면 이들도 나에 대한 흥미를 잃고 나도 마찬가지다.

종일 말렸던 캠코더를 켜본다. 렌즈에 습기가 차지 않는 걸 보니 물이 들어가진 않았나 보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르메니아 아저씨들은 대게 사진 찍히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C 6-13보통 그들과 술 마실 때나 밥 먹을 때 찍고 싶은 순간이 많은 데 좀 아쉽다. 그렇게 나른한 하루가 지나간다. 편히 쉬어서 좋긴 한데 전혀 줄지 않은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