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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비가 좀 내렸다. C 13-2텐트를 말리는 사이 남은 빵으로 아침으로 해결한다. C 13-1비가 좀 와서 하늘이 맑다. C 13-3슬슬 내려오니 어느새 또 1,000m 다운. 중간에 찐 옥수수를 파는 곳이 일길래 잠시 멈춘다.C 13-4 200드람 정도될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에 500드람(약 1,450원)이나 한다. 돈도 남았으니 그냥 사 먹는다. 커피 한잔은 덤이다.

내리막 끝 지점에서 두 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고도 1,000m 내외로 형성된 길이지만 아제르바이젠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위험하다는 길. 왼쪽은 카우치서핑 연락된 친구가 있는 마을이 있고, 경치가 좋지만 2,000m 고지가 있는 길. 난 당연히 몸이 편한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기 굽는 냄새가 많이 나서 따져보니 일요일이다. 여기저기 캠핑을 하며 노는 사람이 많다. C 13-5물이 흐르는 곳이 많고 어디나 유원지 분위기인 나라라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도 그런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한참을 달려 한 도시를 지나는데 분위기가 을씨년하다. C 13-6폐가처럼 보이는 집도 많고 주변 건물 수에 비해 사람 수가 너무 적다. 아마 어떤 산업단지가 들어와서 흥했다가 망하면서 사람이 빠져나간 도시 같다. C 13-7

슬슬 배가 고파지려 하는 찰라 야생 구즈베리 나무가 보인다. 지금이 딱 철이라 맛이 아주 좋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정신 없이 따 먹는다. 30분 정도 따 먹으니 배가 부르다. 트름 한번 해주고 담배 한 대 피며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치엔 송글송글 블루베리가 새까맣게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C 13-8도저히 가만 둘 수 없어 봉지를 꺼내 따 담는다. 요것들은 밀접도가 아주 높게 열려서 손만 뻗으면 되는 가지에 있는 것만 따도 한 봉지가 금방 나온다. C 13-9블루베리를 좋아하는데 가공식품만 먹었지 이렇게 생 블루베리를 먹어본 적은 없다. 오늘 저녁은 블루베리다.

다시 달린다. 전체적으로 낮은 고도지만 그렇다고 편한 길은 아니다. 그 고도 내에서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니 힘들긴 마찬가지다. 해가 질 무렵이 돼서 잠자리도 알아볼 겸 한 식당에 들린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장사는 안 한다. 안타까운지 한 아저씨가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준다. 아마 가게 관계자인 듯 하다. 답례로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주니 갑작스럽게 친근 모드가 된다. C 13-10이 기회를 틈 타 텐트 자릴 부탁했더니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하더니 여긴 안 좋다며 따라 오란다. 아저씨는 차를 타고 자전거로 따라가는데 몸이 지친 상태에서 산길을 달리는 차를 따라갈 수가 없다. 차는 놓쳐버리고 해도 진다. 그 사이 마을도 지나치고 비까지 내린다. 깝깝한 상황이다. 별 방법이 없다. 민가가 나올 때까지 어두워진 산길을 비 맞으며 달린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니 저만치에 불빛이 보인다. 무작정 들어가 아저씨는 부른다. 처마 밑에 텐트를 쳐도 되냐 물으니 비오니 우선 들어오라 한다. 커피를 한 잔 주고, 자연스럽게 보드카도 꺼낸다. 토마토와 손으로 죽죽 찢은 빵과 덩어리 치즈. 그 모습이 백열등과 어우러져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유태인 한 명쯤 숨어 있을법한 농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당장 독일군 장교가 문을 차고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그렇게 간단한 술자리를 마치고 부엌 옆 간이 침대에 이불을 내 준다. 이렇게 또 잠자리를 얻는다. 시골 인심은 어디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