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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심심해서 엽서를 몇 장 산다. 테라스에 앉아 엽서를 쓴다. 작은 지면이지만 여러 명에게 다른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간신히 다 쓰고 근처에 있던 우체국에 간다. 한국으로 가는 엽서의 우편료를 체크하더니 가격을 내미는데 장당 무려 4.5라리(약 2,900원)를 부른다. 뭐야 이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항공으로 보내냐니까 그렇다고 해서 배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고 생각해보니 이 나라는 흑해만 접해있다. 직원도 항공밖에 없다고 하니 이걸 어쩐다. 아르메니아는 완전 내륙인데도 700원 돈이었는데 이건 너무 비싸다. 여행자 지역이라 비싼가 싶어 한참 걸어 중앙 우체국을 찾아가니 공사 중이라 업무를 안 본다. 일단 철수. 터키 가서 보내야겠다.

돌아오는 길에 메일을 체크하니 어제 만남이 불발된 한국 여행자에게서 답변이 왔다. 오늘 보자고 하는데 역시 전화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어 무작정 약속을 정하고 기다린다는 답변을 보내고 집에 온다.

인도네시아 친구가 짐을 꾸리고 있다. 기차 타고 북쪽으로 간다는데 자전거 여기에 맡겨두고 같이 가자 한다. 잠시 그럴까 하다가 귀찮아서 거절한다. 얘는 동티모르에서 우리나라 NGO단체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우리나라 여행도 해서 문법은 몰라 말을 만들 줄은 모르지만 한국말을 꽤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오빠 오빠'하고 날 부르는데, 낯선 외국인에게 듣는 그 소리가 왠지 좀 징그럽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잘 알고 있지 않은 여자 입에서 나오는 '오빠'라는 호칭에 성적인 의미가 담겨져 버린 탓 일거다. 영어는 굉장히 잘해서 영어로 말을 무지 많이 하는데 좀 피곤하다. 어쨌든 그 친구는 떠나고 혼자 남는다.

집에 혼자 있으니 편하고 좋다. 곁에 있는 사람이 서로를 잘 모르는 공감 없는 상대라면 혼자 있을 때의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전혀 줄지 않는다. 그럴 땐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더 낫다.

저녁이 돼서 약속한 카페 앞에서 한국인 친구를 기다린다. C 9-1한참을 기다리다 메일을 체크해보니 여전히 읽지 않은 상태다. 이 친구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먹을 걸 좀 사서 돌아온다.

50유로(약 75,500원)를 환전했는데 3~4일 정도 걸리는 국경까지 가면서 쓸 돈 20라리(약 12,700원)만 남았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돈이 많이 남으면 일식집을 한번 가려 했다. C 9-2집을 나설 때마다 근처에 있던 일식집 앞에 써있는 'Japanese Business Lunch + One Beer Free 9.99Lari'가 계속 눈에 밟혔는데 글러먹었다. 돈 단위가 작은 나라에선 언제나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냉장고에 먹을 걸 많이 사놔서 내일 하루 더 있다 출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