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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찍 일어나려고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맥이 풀려 짜증내며 하루 더 있다 갈까 고민하다 그냥 일어선다. 결심을 한 후 재빨리 짐을 산다.

오늘 햇살은 평소보다 덜 따갑다. 트빌리시를 벗어난다. 초반부터 1,000m 오르막이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거의 있는 둥 없는 둥 한 낮은 경사의 오르막이 간간히 나온다. 하지만 그 대신 강력한 맞바람이 불어 휘청휘청거리며 힘들게 달린다. 서쪽 끝 흑해를 접하고 있는 도시인 ‘바투미’를 거쳐 국경을 통과할 생각인데 지금 달리는 길이 동, 서를 잇는 메인 도로라 고속도로 마냥 중앙선과 양 옆에 가드레일이 쳐져 있다. 길도 마을을 통과하는 길이 아니라서 좀처럼 가게가 나오지 않는다.

한참 달리다 길가에 무슨 열매가 보여 멈춰 선다. 자두다. 사람이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서 작은 것들이 다닥다닥 열려있다. 두어 개 먹어보니 먹을만한 신맛이어서 또 한 봉지 딴다. C 11-1야생과일을 따서 끼니를 때우는 건 진짜 야생생활을 하고 있단 느낌을 줘서 왠지 모를 재미가 있다.

근데 오늘은 가게가 너무 안 나온다. C 11-2가게는 고사하고 주유소도 안 나온다. 밀밭 너머 저 만치에 농가들이 가끔 보이지만 다가가기 수월치 않다. 당연히 물을 공급받을 데도 없다. 맞바람이 너무 불어 땀을 식혀서 물이 당장 필요치는 않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언제나 이런 도로를 달리는 건 영 재미가 없다.

해가 지고 잠자리를 찾는다. 새로운 도시에 진입하는 길이어서 그런지 오늘 첫 주유소가 나타난다. 씻을 곳도 텐트 칠 자리도 있다. 주유소 아저씨는 자던 말던 상관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반응한다. 적당한 공간에 텐트를 친다.

종일 정말 한시도 멈추지 않고 맞바람이 불었다. 오르막은 내리막이란 보상이라도 있지 맞바람은 미치도록 짜증이 난다. 울화통은 치미는데 어디 하소연할 데는 없고… 이런 식이라면 예상보다 도착 시간이 늦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