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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알고 봤더니 어제 날 이 집에 데려온 녀석은 이 집 식구가 아니었다. 이 녀석뿐만 아니라 꽤 여러 사람이 제집처럼 굴어서 식구가 많다 생각했는데, 정작 이 집 식구는 보모님과 딸 둘이었다. 이웃 사람들이었던가 보다. 니집 내집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일어나니 날 맞아줬던 귀유가 와 있다. 차려준 아침을 먹는다. 빵과 빵 찍어먹는 연유 비슷한 것과 치즈 덩어리 그리고 치즈 스프. 치즈만으로 스프를 만들 수도 있구나. 맛은 먹을만한데 모두 유제품이라 금방 느끼해진다. 적당히 먹고 나와 떠날 준비를 한다.

인사를 하고 출발. 약간 남은 오르막을 오른다. 이제 진짜 내리막이다. 고도가 높아 안갠지 구름인지가 덮여있는 풍경이 좋다. C 14-1풍경은 좋지만 길은 여전히 비포장이다. C 14-3이런 내리막은 어설픈 오르막보다 힘들다. 주변의 소들도 이런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멀뚱히 구경하는 눈치다. C 14-2기우뚱 기우뚱거리며 20km를 내려오는데 두 시간이 걸린다. C 14-4그리고 다시 200m 정도 고도가 올라가다가 그 끝 지점에서 드디어 포장된 도로가 나타난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옆에서 흐르는 강물도 이제 바다 방향으로 흐른다.

주상 가옥이 많아 언뜻 보면 베트남의 풍경과 비슷하다. C 14-6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머리 속에선 쌀국수가 두둥실. 그리고 연이어 라오스에서 먹었던 도가니 쌀국수, 태국의 해물 쌀국수가 머리 속을 채운다. 급기야는 면의 종결자인 냉면이 떠오르려 하다 날이 쌀쌀한 관계로 짬뽕으로 급선회. 아~ 얼큰한 짬뽕 먹고 싶어라.

저만치에서 화려한 형광색 조끼를 걸친 두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멈춰서 인사를 한다. 폴란드 친구들이다. 흑해를 건너 오늘 주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첫날부터 비포장 2,000m 고도를 올라야 하다니 니넨 죽었다. 3주간의 짧은 여행이라며 폴란드에 오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적어준다. 사진 한방직고 인사하고 서로 갈 길을 간다.C 14-5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고 간혹 비가 내리고 있다. 해안가에 가까이 갈수록 슬슬 비구름은 사라진다. 드디어 흑해에 도착한다. C 14-7호텔이 많고, 잘 꾸며진 자갈 해변이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기분이 좋다. 하지마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날 거다. 이곳 카우치서핑 멤버들의 응답이 없었고, 터키에 가서도 한참을 흑해를 끼고 달려야 한다. 바다는 터키에서 즐겨야지.

근처에 텐트를 치려 했더니 경비가 못 치게 한다. 하는 수 없이 바로 국경으로 향한다. 곧 날이 어두워지고 한 주유소에 텐트를 친다. 몸이 찝찝해 죽겠다. 땀과 비 그리고 몸의 기름기가 범벅이 돼서 죽겠다. 자전거 여행의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원하는 데로 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샤워를 안 하면 잠을 잘 못 자는 습관이 있다. 날이 쌀쌀해 웬만하면 적당히 씻겠는데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주유소 화장실 문을 잠그고 세면대 물로 온몸을 씻는다. 어제도 제대로 씻지 못해서 꾸정물이 흘러내린다. 개운히 씻고 텐트 속으로 들어간다.

내일이면 조지아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