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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국경을 넘는다. 출입국 절차는 간단한데 국경을 넘는 화물차와 여행객이 많아 시간이 좀 걸렸다. 드디어 터키에 발을 디뎠다. C 1-1꼭 와보고 싶은 나라였다.

달리기 시작한다. 한 3~4일은 이 길을 따라 달려야 한다. 해안가 길이 모두 편안 길은 아니다. 절벽이 있는 해안가는 그 지형을 유지한 체 길이 나 있어서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곳이 많다. 근데 여기는 절벽 해안가 끝에 방파제를 쌓고 평평하게 길을 만들어놨다. 좋은 나라다. C 1-2길은 좋은데 며칠째 맞바람이 불어 주행이 힘들다. 날도 계속 흐리멍텅. 딱히 쉴 그늘이 없어 흐린 게 다행이긴 하지만 내내 이런 날이 계속되니 기분이 좀 처진다.

길 옆으로 작은 마을과 큰 마을이 계속 나타난다. 근데 사람이 별로 없다. C 1-3동네가 원래 이런 건지 라마단기간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쇠락한 어촌 마을 같은 느낌이다. 주변에 보이는 식당은 문을 닫거나 사람이 전혀 없어 그런 느낌이 더하다. 달리기는 좋다. 차가 별로 없어 좀 쌩쌩 달리는 경향이 있지만 갓길이 크게 나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그나저나 배가 고픈데 돈이 없다. 내가 못 찾은 건지 터키 쪽 국경에 환전소가 없어 남은 조지아 돈 바꾼 4.5리라(약 2,800원)가 전부다. 계속 굶주리고 있어서 터키에 넘어가자마자 케밥을 졸라 먹어 줄 테다 하고 있었는데 글러먹었다. 연락해둔 카우치서핑 친구네 도착하려면 2~3일은 더 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이 지긋지긋한 허기.

내내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해안가 길을 달린다. 해가 진다. 오랜만에 보는 촌스런 빛깔의 노을이 예쁘다. C 1-4

경찰서가 보이길래 가서 물었더니 텐트 치면 안 된단다. 경찰은 역시 태국이 최고. 좀더 달려 주유소 구석에 텐트를 친다. 5일째 주행에 비 맞고 땀에 범벅이 된 몸이 말이 아니다. 비가오면 달리는 차가 흩뿌리는 흙탕물에 엄청 지저분해진다. 세차를 위한 수압 센 호스를 틀어놓고 빤스차림으로 몸을 닦는다. 춥다. 삐쩍 마른 몸으로 구석진 곳에서 덜덜 떨면서 몸을 씻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한심스러운 생각이 매번 든다. 텐트 속으로 들어오니 침낭은 눅눅하고, 에어매트의 베개부분은 기름때로 끈적끈적. 미치겠다. 아~ 무엇이 나에게 이런 생활을 견디게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