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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무자페르 아저씨가 8시에 나가야 한데서 일찍부터 서둘러 짐을 싼다. 밖에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아침부터 비라니… 독일친구 얀과 집 앞에 앉아 노닥거리며 비 그치기를 기다린다. 불쌍하게 앉아있는 우리를 보고 한 아저씨가 초코바를 준다. 한 시간 뒤 비가 줄어들어 얀과 인사를 하고 앞으로 달린다.

3km쯤 달리니 또 비가 온다. 어느 가게 처마 밑으로 들어간다. 비가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C 5-1하늘을 봐도 구름이 잔뜩 껴서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세 시간 정도 기다리다 안되겠다 싶어 비가 좀 수그러들었을 때쯤 다시 달린다. 또 3km쯤 가니 비가 쏟아진다. 이번엔 빵집 앞에서 멈춘다. C 5-2배가 고파 비도 기다릴 겸 빵을 하나 산다. 라마단 기간인데 빵집 앞에서 먹어도 되냐 물으니 안에서 먹으라며 구석진 곳에 의자를 갖다 준다. 맹빵이라 밍밍하게 먹고 있는 걸보고 차와 올리브 절임, 치즈를 갖다 준다. 빵을 다 먹으니 비가 많이 줄었다.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달린다.

계속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해안에서 불룩 튀어나온 지형에서 해안가 길이 육지 쪽으로 바뀐다. 방향을 틀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이 길은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직선으로 뚫어놓은 길이라 비를 피할 곳이 없다. 빗속에서의 질주가 시작된다. 온몸이 다 젖는다. 터널이 나와 멈춰 비 그치기를 기다린다. 터널 끝에 있으니 달려오는 차들이 밀고 오는 바람이 쌩쌩 불어 젖은 몸이 추워진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C 5-3 200km 거리에 있는 곳이 목적지라 이틀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체되는 건 둘째치고 이런 상태에서 텐트치고 자는 게 더 깝깝하다. 두 번이나 텐트를 치고 자기는 싫어서 거리도 줄일 겸 추위도 피할 겸 다시 달린다. 몸을 뎁히기 위해 있는 힘껏 페달을 밟는다. 10km를 달리니 다시 해안도로로 바뀌고 주유소가 나타나 처마로 들어간다. 쉬고 있으니 또 추워진다. 식당을 겸하고 있는 주유소 아저씨가 불쌍해 보였는지 식당으로 불러 따뜻한 차를 준다. 좀 살겠다.

해질녘이 되자 드디어 햇살이 비추고 비가 그친다. 다시 달린다. 내일 도착을 위해 어두워진 후에도 계속 달린다. 여전히 잠자리가 걱정이다. 땅이 다 젖어 텐트 칠 자리가 마땅치 않다. 다시 배가 고파져 우선 배라도 채우려고 빵집 앞에 멈췄는데 진열된 빵이 없다. 남은 거 없냐고 물어보니 하나 남았다며 그냥 준다. 빵집 앞 테이블에서 먹고 있으니 밥 먹겠냐며 스프와 함께 갖다 준다. C 5-5스프를 한 숟갈 뜨니 무지 싱겁다. 밥을 먹으니 짭짜름하다. 그래서 간이 맞춰진다.

빵집 사람들과 동네 사람이 섞여 오순도순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빵집 옆집에 사는 영어 좀 하는 친구가 나와 통역을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빵집 앞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묻는다. 통역을 하던 친구가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도로 맞은 편 집에 갔다 와서는 그 집에서 자라 한다. 땡큐. 마음이 편해진다. 차와 음료수. 해바라기 씨, 초코바 등이 내 앞에 놓여진다. 어설프게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으니 좋다. 한참을 노닥거린 후 빵집 안에 있는 샤워실에서 뜨끈한 물로 추위를 뎁히고 자전거는 빵집 옆 가게 창고에 넣고 도로 맞은 편 집 주인 아저씨를 따라간다. 그곳엔 편한 침대가 놓여있다.C 5-6 온 동네 사람들의 호의로 비 때문에 짜증났던 하루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들 때면 그에 대한 대답처럼 어김없이 이런 만남이 이뤄진다. 그리곤 역시 하길 잘했어 하게 된다. 참 기분 좋게 웃기는 일이다. C 5-4